[더팩트ㅣ안정호 기자] 교육부가 추진했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8일 논란에 책임을 지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이번 정책의 추진 동력을 잃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정책에 대해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한지 11일 만에 논란이 된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출석한 장 차관은 "(만 5세 입학연령 하향) 정책은 사실상 폐기한다고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가"라는 유기홍 위원장의 질의해 대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철회하고 원점 재검토하겠냐"고 질의하자 장 차관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해당 정책이 나온 과정에 대해 질의를 쏟아냈다.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사전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론들을 모아가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과정들이 전혀 없었다"며 "적어도 국민들이 집회에서 대통령에게 (정책 철회를) 직접 묻는 그런 사태까지 만들 지 마라"고 꼬집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집권여당과 반드시 소통을 한다. 집권여당과 소통을 하고 청와대와도 조율한 뒤 대통령의 발언으로 언급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많이 생략됐거나 부실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 의심된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과 소통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이것을 접근하는 정무적 판단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돌봄 공백에 가장 큰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 전혀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니까 국민들이 여기에 대해 반발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업무보고 이후 나온 브리핑이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부분이 브리핑이 됐고 국민들이 학제개편에 대해 처음 전달 받은 내용은 바로 이 지시사항"이라며 "이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국민 입장에서 교육부가 의도한 내용은 전부 날아가버리고 이게 바로 시행된다고 전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장 차관은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해 대국민설문조사 등을 언급을 자제하라는 쪽지를 받으며 여야 간 공방도 이어졌다. 장 차관은 오전 답변 중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건네 받았다. 여기에는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사실이라면 이것은 차관은 여기와서 허수아비 노릇하고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 비서관들이 배후에 있다는 것"이라면서 "대통령 집무실의 비서관이 차관에게 이런 메모를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확인해주기 바라며 지금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대통령은 국가 원수기도 하고 행정부 수반"이라면서 "행정부 차관이 의원 질의에 답할 때 대통령실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이날 표절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논문과 관련해 국민대 측의 심사 결과를 존중한다는 장 차관의 입장에도 질타가 이어졌다. 장 차관은 국민대 측 심사결과에 대해 "검증 과정에서 조사위원회 어떤 절차를 거치고 어디를 대상으로 했는지는 우리가 들여다보는 건 자율성 침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는 국민적 관심사가 된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자료를 받고 실상을 파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책임이 있는 기관"이라면서 "교육부가 국민대 결정을 존중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끝나버린 것에 대해서는 어느 국민도 지금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기홍 위원장은 "지금 이게 유사성이 얼마나 높은 걸 눈으로 보면서 질문을 하는데 그걸 자율이라 고 얘기하는 게 과연 교육부로서, 감독기관으로서 맞는 태도인가 하는 점이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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