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정호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자진사퇴했다. 박 부총리의 사퇴는 지난달 4일 취임 이후 35일 만이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1층 로비에서 "저는 오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이 부족했다"면서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박 부총리에 대한 사퇴 요구는 학부모와 교육계,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졌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정책을 갑작스럽게 발표하면서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취학연령 하향 정책이 발표되면서 학부모·교육계는 즉각 반발했다. 40여개 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지난 1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제개편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박 부총리는 2일 간담회를 열고 뒤늦게 소통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또한 ‘외국어고 폐지’ 발표에 박순애 사퇴론은 더욱 힘이 실렸다. 박 장관은 같은 날 "외국어고의 경우 일반고 내 특수 교과목을 정해 학교별로 자율 운영하는 방식의 전환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외고 폐지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에 이해당사자인 학부모와 외고 교장들은 크게 반발했다.
지난 1일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이 정책은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이라며 "토론이나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인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5일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장관의 일방적인 발표는 졸속 행정"이라며 "교육 정책을 졸속으로 발표한 박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교육부는 다시 "향후, 정책연구, 토론회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충실히 거쳐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앞서 박 부총리는 후보자 지명 직후 과거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을 받고 벌금형을 선고유예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 부총리는 지난 2001년 12월 음주 운전으로 적발됐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51%로 당시 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2.5배 높은 수치였다.
또한 논문 중복게재 의혹으로 학회로부터 투고 금지 조치를 받으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이처럼 박 부총리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지속됨에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하지만 박 부총리의 갑작스런 교육 정책 발표가 각계 반발에 부딪히며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고 결국 사퇴로 이어진 것이다.
박 부총리의 사퇴로 교육부는 당분간 사령탑이 없는 대행체제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교원단체들은 박 부총리의 사퇴에 대해 입장을 내고 이번 사태를 유발한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 등 정책의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임명 전부터 여러 의혹과 논란이 제기됐던 부총리가 결국 사퇴하고 교육수장이 다시 공석이 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교육 갈등과 공백을 초래한 것에 무겁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 5세 초등 입학, 외고 폐지 등 현장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공론화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게 아니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을 모르거나 자질 논란이 있는 자를 또다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거나 교육을 경제 논리로 재단해서 학생에 대한 교육비 지원을 줄일 생각만 한다면 정부는 또다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교육부 장관 인사 실패와 교육정책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만 5세 초등취학 정책 철회를 즉각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교사노조연맹은 "향후 교육부장관 임용시 교육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임용해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아동발달 단계와 교육원리에 맞지 않는 초등 취학연령 하향 정책은 마땅히 폐기돼야 하며 재공론화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vividoc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