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힘 실은 법제처?…불리한 해석 빼고 국회 제출


"경찰위원회는 자문기구"…이견은 자료서 제외

법제처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제외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법제처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제외한 채 국회에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경찰위원회의 '기속력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빼고 '경찰위는 자문기구'라는 취지의 결론만 전달한 것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위는 행안부 내 자문기구일 뿐 기속력이 없다"고 주장해온 만큼, 법제처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측면 지원'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법제처는 2019년에 작성한 경찰위원회 관련 검토 자료를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했다. 해당 자료는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들어 '경찰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담겨있다.

합의제 행정기관은 독자적 사무 및 집행 권한을 가진다. 경찰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면 경찰청은 경찰위 소속이 된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경찰위는 행안부 소속으로, 경찰행정에 관한 심의·의결을 담당할 뿐 주요 정책 사항을 직접 집행하는 권한이 없다는 게 법제처의 해석이다. 이 장관도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법을 살펴봐도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경찰 사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하루 아침에 장관 자문기구로 격하시킨다"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제 의견이 아니라 2019년 지난 정부 법제처에서 이미 그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일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하지만 이 장관이 언급한 법제처 자료에는 경찰위가 ‘기속력이 있다’는 의견도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겨레 보도를 보면 당초 법제처가 작성한 자료는 12쪽 분량이었지만, 천준호 의원실에는 4쪽으로 줄여 자료를 제출했다.

제출하지 않은 나머지 8쪽에는 "(경찰위원회는) 기속력이 있는 합의제 의결기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원본 자료에 적혀 있는 법제처의 여러 의견 중 ‘경찰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아니다’라는 부분만 인용해 주장한 셈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실무 차원의 검토 과정에서 경찰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며 "다만 경찰위의 기속력 여부 등에 대해 여러 의견으로 나뉘었고, 당시 내용을 자료에 다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견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포함한 검토의견 전체를 자료로 제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결론 부분만 국회에 제출했다"며 "공문서가 아니고 비공식적인 검토의견에 불과하다. 향후 공식적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하면 법령에 대한 해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제처가 사실상 행안부의 기조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경찰국 신설에 대해 "적법하다"며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다시 한번 행안부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제처가 행안부와 해석이 충돌하는 내용의 자료를 내면, 지금 행안부에서 시도하는 것들이 사실은 경찰위원회에서 해야되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나"라며 "이번에도 법제처가 행안부를 지원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spe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