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갈등에 부산지사 입사자를 서울로…법원 "불이익 커 위법"


노동위 정직 부당 판정…"원직복직이 원칙"

부산지사에 입사한 직원을 사내 갈등을 이유로 서울로 발령한 건 위법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부산지사에 입사한 직원을 사내 갈등을 이유로 서울로 발령한 건 위법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 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9년 11월 A 사 부산지사 과장으로 입사한 B 씨는 외국인 동료와 다퉈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으나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구제로 견책으로 감경됐다. 이에 동료 직원들은 B 씨의 복직을 반대했다. B 씨가 복직할 경우 사직하겠다는 직원까지 나타나면서 A 사는 B 씨를 서울사무소로 발령했다.

B 씨는 발령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전보인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B 씨가 입을) 생활상 불이익이 사회통념상 감수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그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A 사의 전보 인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A 사는 중노위 재심 판단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A 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B 씨의 근무지가 부산으로 특정된 바 없고, 회사로서는 직장 질서의 유지와 업무능률 유지 및 회복, 나머지 다수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 전보 인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B 씨에게 주거비와 왕복 교통비를 지원해주기로 한데다 B 씨의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전보 인사 과정에서 B 씨와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쳤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B 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B 씨의 근무 장소가 부산으로 특별히 한정돼 있다고 볼만한 근로계약 등의 근거는 없다"면서도 "B 씨는 정직 처분 종료 뒤 원직으로 복직하는 게 원칙이고, 이마저도 노동위원회에서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B 씨가 원직 복직을 하지 못한다면 노동위원회 판정 절차의 실효성이 훼손되고, B 씨의 불이익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B 씨의 생활상 불이익도 크다고 판단했다. A 사는 B 씨에게 주거비 월 50만 원과,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왕복 교통비를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서울에서 생활한 경험이 많지 않은 B 씨로서는 A 사가 제안한 일주일의 유급 휴가기간 동안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A 사의 서울사무소는 주거 비용이 비싼 지역에 있고, 외곽 지역에서 출퇴근을 하더라도 통근에 소요되는 시간괴 비용이 적지 않다. 월 50만 원의 주거지원금을 받아도 이 같은 불이익이 충분히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A 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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