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공 넘어갔지만…초유의 '경란' 사태는 잠복기


경찰청, 오는 29일까지 경감 이하 의견 수렴…국회선 '탄핵소추안'도 거론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출범이 일주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결사항전’과 ‘현실론’의 기로에 선 모습이다. 사태 해결의 키를 일단 국회에 넘기려는 분위기지만 지휘부의 대처에 따라 남은 앙금이 또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출범이 일주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결사항전’과 ‘현실론’의 기로에 선 모습이다. 사태 해결의 키를 일단 국회에 넘기려는 분위기지만 지휘부의 대처에 따라 남은 앙금이 또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틀 뒤 전국 경감·경위급 팀장들이 모여 열기로 한 ‘14만 전체 경찰 회의’는 취소됐다. 회의를 제안한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내부망에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돼 사회적 해결 방법이 없어졌다"며 "입법으로 시정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류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을 중심으로 한 전국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 개최가 논의 중이다. 류 경감은 전체 경찰 회의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내부망에 "비록 적은 동료들이 모이더라도 전체 14만 경찰이 모인 효과를 품격있게 보일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 보겠다"며 행사 강행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초유의 ‘경란 사태’가 현실화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찰청이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전국 시도경찰청을 통해 경감 이하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현장 경찰관들의 장외전을 만류하고 있다. 전국 경찰직장 협의회도 서울 경찰청 본청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잠정 연기하면서 소통의 여지는 열려 있는 상황이다.

당장 일선 경찰들은 국회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경찰 전체회의를 구상한 김 경감의 당부뿐 아니라 직협 역시 '경찰국 신설 반대' 입법청원에 힘을 쏟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42만 명 넘게 서명했다. 당초 목표 인원이었던 10만 명은 서명 첫날인 26일 돌입 약 6시간 만에 돌파했다. 직협은 다음 주 이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직협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 대국민 홍보전과 입법청원을 마무리하면 이후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내부망 등을 통해 경찰국 반대 목소리는 계속 낼 예정이지만, 회의 개최 및 참여 등에는 아직 구체적 논의가 없는데 활동이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 안팎에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왼쪽)의 대처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윤 후보자는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나, 그 외 참석자들에 대해선 징계할 의사가 없다고 알려졌다./주현웅 기자

경찰 안팎에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대처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윤 후보자는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나, 그 외 참석자들에 대해선 징계할 의사가 없다고 알려졌다. 표면상으론 류 총경의 ‘독단적인 판단’을 이유로 들지만 일선 경찰관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많다.

서울경찰청의 한 경정급 인사는 "윤 후보자가 청문회 등을 앞두고 입장이 난처하다는 사실은 많이 알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행안부가 약속한 경찰 인력 증원과 입직 경로별 승진 기회 확대 등 실리를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공을 넘겨 받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돼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해임건의안 및 권한쟁의심판 등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내 태스크포스(TF)로 ‘경찰장악저지대책단’을 꾸려 이번주부터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정애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치안 사무를 행안부 장관이 수행하지 못하도록 한 모(母)법의 취지를 위반한 채 시행령으로 경찰을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나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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