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 기자] 행정안전부가 2일 경찰국을 출범시키는 가운데, '경찰대 개혁' 화두를 던졌다. 특정 대학 출신이 높은 계급으로 출발하는 불공정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독점하고 조직 내 패권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에서 개혁 논의가 이어져왔다. 경찰대가 운영되는 나라가 극히 드물다는 지적도 개혁의 근거가 됐다. 경찰대가 개교한 1980년대에는 경찰의 자질을 높인다는 의의가 있었지만 대졸자가 절대다수가 된 사회적 변화에도 맞지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사한 성격의 세무대는 2001년 폐지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경찰대 개혁은 경찰국 신설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경찰대와 비경찰대를 '갈라치기'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당초 '실력 위주 인선'을 강조해온 정부가 유독 경찰 인사에만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니 이제 (경찰국장) 인선을 해야 한다"며 "순경 출신을 비롯해 경찰대든, 간부후보생이든, 고시 출신이든 구별 두지 않고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국 수장 자리에는 비(非)경찰대 출신인 김순호 치안감이 임명됐다. 이 장관은 최근 일선 경찰관들의 집단 행동을 경찰대 출신이 주도했다고 보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전날 업무보고 이후 브리핑에서는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게 불공정"이라며 "스타트라인부터 7급(경위)이 되면 순경부터 출발하는 분들과 출발선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관이 승진시험을 치르지 않고 근속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순경→경장(4년), 경장→경사(5년), 경사→경위(6년6개월)이 걸린다. 반면 경찰대생은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임관된다. 일선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팀장급이다.
이 같은 경찰대 임관제를 손보겠다는 게 이 장관의 구상이다. 매년 경무관 승진자 중 순경 등 일반 출신을 현행 3.6%에서 20%까지 끌어올리고, 특정 입직경로의 특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전체 경찰 13만2421명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3249명으로 2.5%지만, 최근 5년간 경무관 승진자의 68.8%가 경찰대 출신이었다.
하지만 경찰대 개혁은 과거 정권에서 여러 차례 논의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찰대 문턱을 대폭 낮췄다. 기존 경찰대 입학 정원을 120명에서 100명으로 줄였고, 여기서 고졸 신입생 50명을 뽑는다. 또 편입학 제도를 도입해 현직경찰, 일반대학생 각 25명에게 기회를 주고 입학 연령도 완화했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대 개혁' 구상은 단순히 불공정 해소 논리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출신 박성배 변호사는 "(경찰대는) 시험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게 장관의 발언 취지인데, 애초 대학에서 교육을 통해 초급간부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게 경찰대학"이라며 "그와 같은 취지라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큰 상황에서 이미 개혁이 진행 중인 경찰대를 바꾼다는 건, 설령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찰 내부 결속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가 내세운 입장과 달라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인사를 할 때 지역, 성별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자 실력 위주 인사를 한다며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을 대거 뽑았다"며 "작위적 할당은 안 한다더니 경찰에 대해서만 입장이 바뀐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불공정을 이야기하려면 검사나 군인 등 출발선이 다른 직군도 형평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경찰국 신설에 대해 일반 경찰관들이 이견을 제시했더니, 경찰대 출신만 특정해 여론을 가져가오는 건 의도가 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경찰대 출신이 경찰 내 엘리트 집단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도하는 등 검찰에 대항해온 결과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 출신이 정부를 주도하게 되면서 경찰대의 힘을 빼겠다는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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