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더운 날 고생 많아요. 아주 그냥 끝을 보세요."
25일 오전 서울역. 시민들에게 ‘경찰국은 시대 역행’ 홍보물을 배포하는 경찰직장협의회(직협) 소속 경찰관들의 표정은 의외로 밝아 보였다. 오히려 경찰관들에 "힘내시라. 끝장을 보라"며 격려하는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날 전국의 직협은 각 지역 KTX역사에서 ‘행안부 경찰 통제 반대’ 대국민 선전전에 나섰다.
서울역에서 만난 경남 창녕경찰서 임병규 경위, 충북 옥천경찰서 안유신 경위는 "시민 분들의 예상 밖 호응에 놀랐고 그저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 경위는 "비정상적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 받은 것만 봐도 정부의 경찰 개입이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류 총경은 이틀 전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처음 제안한 인물이다.
안 경위도 "경찰국 신설 등은 시민 안전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지금 많은 국민들도 이를 알아주시고 저희에게 힘을 보태주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먼저 다가와서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를 비판하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홍보 시작 약 30분이 지난 10시 30분쯤 돼서야 받기 시작한 경찰국 반대 서명은 약 5분에 한 명꼴로 공란을 채워갔다.
서명에 동참한 50대 서상걸 씨는 "어느 날 뉴스 보니까 갑자기 경찰국이 생긴다기에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며 "정부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두르는지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권세연 씨도 "이거(경찰국 신설) 진짜 아니라고 본다"며 "행안부 장관은 여론 수렴을 했다고 그러던데, 내가 뉴스를 매일 보는데 경찰국이란 걸 알게 된 지가 얼마 안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서장 등 총경급 회의를 ‘하나회 12·12쿠데타’에 빗대 발언한 것을 놓고도 지적이 거셌다.
권 씨는 "정부가 경찰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이야말로 전두환 5공 시절 때나 있었던 일"이라며 "현 정부가 하나회에 준하지 누가 하나회냐"고 되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60대 여성 김모 씨는 "2022년에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혀끝을 차기도 했다. 민관기 청주흥덕서 직협회장도 자리에 있었다. 그는 이 장관의 ‘12·12 발언’을 놓고 "너무 나간 발언이라 할 얘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류 총경 징계에 대해 "경찰 구조적으로 총경급 중견 간부들과 지휘부가 소통할 창구가 없다"며 "그런 문제 때문에 총경급들이 최근에 회의를 열어 지휘부에 의견을 전달하려던 것인데 돌아온 결과가 징계라니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직협은 이날부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앞에서도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경찰국 반대한다’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선 주동희 경남 양산경찰서 직협 회장은 "경찰과 정권은 어떤 형태로든 얽혀 있으면 곤란하다"며 "특히 이번 경찰국 신설 방침은 절차든 내용이든 법률 위반이란 논란마저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찰 지휘부가 행안부 방침을 수용하고, 류 총경을 징계한 조치는 정치 행위에 동조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질 않는다"며 "저희 일선 경찰들이라도 최대한 힘 써서 경찰국 신설 등이 재논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직협은 KTX역사 대국민 선전과 1인 시위를 오는 29일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오는 30일 경감·경위급 회의가 논의 중인 가운데 직협도 회장단 회의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또 온라인으로도 행안부 지휘규칙 제정 등을 저지할 대국민 입법청원에 나설 예정이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