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실 잇단 북송 언급…'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


범죄 규정하고 헌법 3조 강조…"대통령실이 대검찰청인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각각 수사 중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두달만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부터 여당, 국정원, 통일부, 국방부, 해양경찰청까지 '참전'하면서 사건은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먼저 '위법성'을 시사하면서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각각 수사 중이다. 검찰은 해경과 국방부, 국정원 등 사건 관계인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출국금지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 최초 고발부터 검찰의 수사까지 이례적으로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 여당의 고발 방침 언급, 국정원의 전직 원장 고발, 검찰 사건 배당까지 모두 지난 6일 오후 반나절 만에 진행됐다. 이어 통일부는 어민 북송 당시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고, 대통령실도 연일 발언 강도를 높이면서 검찰 수사에 힘을 싣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실이 앞장서 '범죄'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국정원이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고발하자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범죄"라고 언급했다. 이어 13일에는 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국제법과 헌법을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사건을 두고 '범죄'로 먼저 규정하면서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도 북송 사건을 계속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 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송 어민의 지위 규정을 놓고 법리적 공방이 있는데도 일방의 의견을 지지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20일 윤 대통령이 최근 여당 의원들과 대통령실, 정부 관계자를 만나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 "놔두고 갈 수 없다.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진위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사건 인식상 신빙성이 적지않다고 볼 수 있다.

22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다시한번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실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는 인식을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송사건이라는 민감한 이슈 속에 한차례 연기돼 논란을 부른 업무보고에서 나온 이같은 발언은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만을 강조했다면 검찰 수사 초기에 북송 자체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바뀌어도 정부 기관은 통일성을 유지하고, 일관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국정원과 통일부 등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180도 다른 결과를 내놓으면서 전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지나치게 전략적인 차원에서 대북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고발이 들어가면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다. 대통령실과 국정원, 통일부, 검찰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고, 그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탈북 어민 북송 문제의 경우 법리적으로도 논란이 많은데 대통령실과 통일부, 외교부 등이 일방적 해석을 계속 내놓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범죄가 성립할지 의문이다. 16명을 살해했다는 이를 북한으로 보내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에 남겨야 하는지를 결정할 법이 사실상 없다. 행정행위에는 재량이 있는데 이 사안을 직권남용으로 수사한다면 재량권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다"며 "북송을 섣불리 범죄라고 규정하는 것은 수사하는 입장에선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북한은 법적으로 이중적 지위가 있다. 고문방지협약에 범죄인 인도, 추방과 관련된 국내법이 있을 경우 따를 수 있다는 규정도 있어 의견이 갈리는 지점이 있다. (대통령실이나 통일부, 외교부가) 한쪽의 해석을 견지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 직할 체제를 구성한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수사 지침성 발언이 '검찰공화국' 논란을 더 키운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검찰 독립성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입장과도 모순된다.

서보학 교수는 "대통령이 어떤 의제를 던지면 국민적 토론이나 여론의 지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나서서 사법적 처리로 해결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을 검찰이 칼로 해결하는 상황인데 전형적인 '검찰공화국'으로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총장의 역할을 하고 있고, 검찰은 명에 충실한다. 정부는 5년마다 바뀌는데 이런 방식의 수사가 임기 내내 계속된다면 검찰 조직은 국민들의 심각한 불신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공무상 기밀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먼저 누설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또 하나의 대검찰청이 아닌지 생각도 든다"며 "대통령실 의도대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내린다는 정도를 넘어 사실상 수사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ejungkim@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