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 기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로 인한 경찰 조직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찰직장협의회(직협)를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이견을 재확인한 직협은 다음 주부터 ‘경찰통제 반대’ 대국민 홍보전에 나설 계획이다.
윤 후보자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 직협대표단 19명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경찰 지휘부가 직협에 소통 자리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경찰국 설치 철회를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 단식투쟁 등 단체행동에 나선 직협의 반발을 수습하기 위한 자리였다.
윤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폭염과 장대비 속에서 직접 행동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며 무한 책임을 느꼈다"면서 "표현 방법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모든 게 경찰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음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구호에 머물렀던 오랜 숙원과제들을 빠른 시일 내 현실화한다거나, 경찰관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남은 경찰 생활을 다 바치겠다며 에너지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경찰의 처우개선 등 전반적인 복지 향상을 약속했다고 한다.
윤 후보자는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계급을 떠나 국민을 위해 정말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을 나누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결국 같다는 공감대를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국 신설에 대한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은 "경찰국 신설안이 당초보다 완화되면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게 윤 후보자의 입장"이라며 "다음달 2일 경찰국 신설안이 공포되면 가처분 신청을 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더니 ‘어렵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직협회장은 "(윤 후보자가) 경찰국 신설은 법 테두리안에서 행안부 장관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얘기할 게 없다고 했다"며 "윤 후보자와 직협 간 입장 차이를 좁힐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직협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경북지역 직협회장은 "경찰국 운영 과정에서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분이 생기면 행안부 장관에 적극 어필하겠다고 강조했다"며 "추후 도움이 필요하다면 요청하는 등 수시로 직협과 소통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내부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직협은 오는 25일부터 서울역·용산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한다. 대규모 집회와 함께 국회에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낼 계획이다.
또 경찰서장 직급인 총경들은 오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 예정이다. 경찰 행정 최고 심의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도 경찰국 신설에 대해 "절차상 하자가 있고 내용도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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