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혐오 빨리 사라지도록"…3년 만에 돌아온 퀴어축제


서울광장 외곽에선 기독교단체 맞불 집회

2022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광장에 모여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너무 느린 것 같아 나왔습니다."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A(19) 씨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날 오전 11시 사전 행사를 시작해 오후 2시 본 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비대면으로 열렸다. 주최 측은 5만명이 참여한다고 신고했다.

이날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소수자부모모임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 대학생 퀴어 소모임 방구석퀴어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여성의전화 △군인권센터 등이 80여개 부스를 운영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부스를 연 시민단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퀴퍼(퀴어퍼레이드)에 온 우리는?'이라는 제목으로 스티커를 이용해 참여자들이 행사장에 방문한 이유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결과가 담긴 입간판을 세워 놓았다.

조사 결과 '나를 돌봐줄 가족, 친척, 친구 등 지인이 거의 남지 않을까 봐'라는 항목이 1위(38.1%)를 차지했고, '인권 향상이 되지 않아 나이 들었을 때도 무시·차별하는 사회일까 봐'라는 항목이 2위(29.9%)를 차지했다.

30대 초반이라고 밝힌 B(32) 씨는 "부스를 운영하는 친구와 함께 왔다"며 "이런 행사들로 차별 없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C(19) 씨는 "퀴어 축제는 처음 왔는데 신기하다"며 "그동안 숨고 힘들었던 것들을 여러 사람과 함께 하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 슬로건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에 대해 양선우 조직위원장은 "세상은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는 달라지고 또 나답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필립 골드버그 신임 미국대사가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2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무대에 올라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행사에 참석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이번 주에 막 한국에 도착했는데 행사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혐오를 종식하기 위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 참가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두고 갈 수 없다. 계속 인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영국대사관 관계자는 "성 정체성 차별은 21세기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차별·폭력에서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 사회가 이를 보장하는 좋은 방법은 법적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혐오는 실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와 독일, 스웨덴 등을 대표한 대사와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오후 4시쯤부터 행사 참여자들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1가사거리와 종로1가사거리, 퇴계로2가교차로, 회현사거리에서 다시 서울광장으로 도착하는 행진(퍼레이드)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3년 만에 열리는 축제를 환호하고 서울 도심에 알리려는 취지다.

2022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퀴어축제반대위원회가 서울시의회 앞에서 맞불 집회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서울시의회 등 서울광장 외곽에서는 이날 퀴어축제반대위원회를 비롯해 기독교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벌였다. 반대하는 단체들은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퀴어 축제 개최를 조건부 승인한 것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오세훈은 좌파다. 동성애는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반대 집회에서는 찬송가를 틀어 놓기도 했다. 시청 쪽에서 반대 집회를 연 단체들은 군복을 입고 큰 북을 치며 '동성애·동성혼 척결' 등을 외치기도 했다. 축제 참가자들과 반대 단체 사이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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