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 기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일선 경찰들이 저항하는 가운데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선 경찰을 고발했다. 경찰의 단체 삭발, 삼보일배 등이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된 '집단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찰의 행동이 문제 될 게 없다"고 분석했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기도 시위를 진행했다. 직협은 지난 4일부터 단체 삭발과 단식투쟁, 조계사 앞 '빗속 삼보일배' 등 행안부의 경찰제도 개선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꾸준히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자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지난 12일 직협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호국단은 "경찰공무원이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라며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호국단이 고발 근거로 삼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1항에는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직협이 사실상 경찰 내 노조 역할을 하면서 공무를 벗어나 정치적 집단행동을 한다는 게 호국단의 주장이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직협의 행동을 "일부 야당 주장에 편승하는 듯한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경찰국 신설 반발을 수습하기 위해 일선 경찰청을 돌면서도 "직협의 행동이 그렇게 순수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직협은 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 업무능률 향상, 고충처리를 목적으로 기관장과 협의할 수 있는 기구다. 경찰은 이해관계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그동안 직협을 설립할 수 없었지만, 2019년 12월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직협법)이 개정되면서 경찰 직협이 만들어졌다.
결국 쟁점은 직협의 경찰국 신설 반발 행위를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볼 수 있느냐다. 단체삭발과 삼보일배, 1인 피켓시위 등이 경찰공무원으로서 공무를 벗어나고, 공공 질서 등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박성배 변호사는 "직협 자체를 공무원이 집단적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예외적 창구로 봐야 한다"며 "해석이 애매한 상황이라면, 형사사건에서는 확실히 정치행위로 볼 수 있어야 유죄로 선고한다. (경찰의 행동은)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문제 제기로 볼 여지가 더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가 기능을 해하고 공직의 역할을 포기한 상태에서 일정한 행동을 해야 불법적인 집단행동"이라며 "본인이 휴가를 내서 시위를 하고 삭발하는 건 의사표현에 불과하다. 이게 문제라면 경찰 지휘부가 집단으로 일선 경찰청을 돌아다니며 경찰국을 설득하는 것도 집단행동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노조도 집단행위를 하고, 과거 경찰 간부들도 집단행동을 한 적이 있다. 직협도 하나의 집단인데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가 하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겠지만, 오히려 고발 단체의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류하경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국가 질서를 흩트리거나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업무외 시간에 행한 일이라 문제 될 게 없다"며 "공무원도 헌법 21조 표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누려야 한다. 만약 문제가 된다면 검사들의 집단행동, 전교조나 공무원 노조의 활동도 동일한 잣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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