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12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삼거리. 신도림역 방향에서 거리공원입구 사거리로 우회전하면 2개의 횡단보도를 만난 게 된다. 출근길에 마음이 급한 보행자가 횡단보도로 뛰어가는 것을 본 우회전 차량들은 일단 정지했다.
다만 보행신호가 들어와도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지키지 않은 차량도 적지않았다.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파란불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인데도, 택시 차량 등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기도 했다.
오전 9시쯤 마포구 공덕오거리 대흥역 방향에서 마포대교 방향으로 우회전 시 만나게 되는 횡단보도 앞. 운전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보행자를 향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딛기 전 차량들은 일단 멈췄다.
이날부터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확대하는 등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보행자가 '통행하는 때'뿐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 확대한다.
통행하려고 하는 때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디디려 하는 경우나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횡단보도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뛰어올 때 등을 말한다. 무신호 횡단보도도 해당한다. 이를 어기면 운전자에는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 및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주변은 신호등 유무와 관계없이 멈춰야 한다. 위험한 상황에 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어린이 안전을 위해서다. 이를 위반하면 운전자는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경찰은 법 시행 후 1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정했다.
보행자 보호의무 강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20여년 경력 택시기사 A(62) 씨는 "하기는 해야 할 텐데 사람이 없을 때는 해줘야 하는데, 손님들이 빨리 가달라고 급하다고 할 때는 난감한 경우도 있어서 조금 융통성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프리랜서 B(30) 씨는 "횡단보도에서 차량이 멈추지 않아 어린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아이 키우는 아빠로서 남 일 같지 않아 속상하고 불안했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아이들을 좀 더 보호할 수 있게 돼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익히는 우회전 시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문화가 우리나라에 이제야 도입된 만큼, 보행자 보호의무 강화의 방향성은 맞는다고 본다. 다만 불필요한 신호등을 없애는 등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외국은 운전을 배울 때부터 일시정지하는 것을 배우는데 우리는 이를 가리지 않았다. 이번 보행자 보호의무 강화는 정상화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필요 없는 신호등이 남발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과감히 이를 없애는 것을 병행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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