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 통제 방안을 밀어붙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 필요성을 언급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경찰 지휘부에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민 장관은 지난 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됐어야 할 것들 중 수사가 안 된 것들이 사실 꽤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사하는 사건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 핵심인물들이 연루됐지만 진척이 더뎠던 사건들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후 이 장관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제청 관련 브리핑에서 "수사는 경찰청 내에서 알아서 하는 거고 제가 수사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기도 했다.
이 장관의 해명에도 경찰 안팎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상 경찰청장도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는데, 행안부 장관이 수사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장은 공공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에 경찰 자원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등 '통합적'으로 현장 대응할 필요하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국가수사본부장'을 통해 개별 사건 수사를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
경찰청장이 지휘·감독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도 대통령령으로 제한돼 무리하게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했다. 청장이 지휘·감독할 경우에는 국가경찰위원회에도 보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당한 이유가 해소될 때는 구체적 지휘·감독을 중단해야 한다.
정무직 고위공무원으로서 사실상 '정치인'인 이 장관이 정치적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경찰 통제 방안 논란 속에서 '수사' 언급은 오해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사에 민감한 경찰 수뇌부는 이 장관의 발언을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행안부 장관이 이런 시기에 민감한 내용을 말한 것은 환영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연이은 인사 이후 나온 발언이라 수뇌부들은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도 "경찰 수뇌부들은 (장관의 말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기획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경찰국 설치 등 경찰 통제의 종착역은 '수사'가 아니겠냐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한 수사 분야 경찰관은 "정치적인 발언 같지만, 수사를 촉구하는 의도로 비춰질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안에 포함된 '경찰청장 지휘규칙'도 '지원' 목적이 아닌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다면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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