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정부가 유·초·중·고 교육에 사용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대학 등 고등교육에 사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시도교육청과 초중등 교원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7일 국가재정 전략회의를 열고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를 활용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내국세의 20.79%와 유아교육특별회계 전출금을 제외한 교육세로 구성된 교육교부금은 시도교육청이 유·초·중·고 교육에 사용한다. 올해 본예산 기준 교육세 전입금은 5조3000억원 규모다. 정부는 이 중 유아교육특별회계 전출금 1조7000억원을 제외한 올해 본예산 중 3조6000억원을 대학과 평생교육 등에 활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고등평생교육특별회겨법을 제정하고 국가재정법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해 반도체 등 인력 양성, 직업 재교육 등 평생교육 지원 등에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교부금은 지난 2000년 14조9000억원에서 2010년 32조3000억원, 올해 65조1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0여년간 학령인구는 34% 가량 감소했지만 교육교부금은 약 4배 가량 증가해 초중등 교육 분야와 고등·평생교육 분야 사이에 투자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교부금 개편 움직임은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는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연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이번 정부의 교부금 개편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세수 축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교부금을 보충해줄 준비를 하기에도 모자란 시점에 오히려 교부금을 덜어낸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재정당국은 유초중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오늘의 성급한 결정을 재고하고 미래를 위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근거도 이유도 없이 교부금을 개편하는 것은 지금도 열악한 유ㆍ초ㆍ중등 교육과 환경 개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유‧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 간 갈등만 증폭시키지 말고 필요하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예산이 10년 전보다 2배 늘었다고 하지만 정부예산 역시 2배로 증가했다"면서 "학생수가 감소했지만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학교수, 학급수, 교원수는 늘어나 재정 수요가 더 늘고, 쾌적하고 안전한 교실, 첨단 교실 환경 구축을 위해 예산을 더 투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교육 환경이 낙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 예산은 계획적으로 집행돼야 하는데 2년 연속 이어진 세수 추계 오류로 대규모 추경이 발생했고 시도교육청과 학교는 대규모 추경을 통해 갑작스럽게 내려온 예산 소진 부담을 떠안았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깎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건 우리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전교조는 "기획재정부에 이어 교육부 장관까지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깎는 일에 동참했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힌다"면서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깎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보통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교육부 장관이 과연 교육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교육에 대한 철학과 관점을 바로 세우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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