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4월 어느날, 조국 아들은 동양대에 있었나


동양대 인문학 프로그램 참가 놓고 검찰-증인 격돌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시험기간 중 동양대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석했는지를 놓고 첨예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서울 고교생이 시험기간 지방에 내려올 수 있는지 의심했고, 당시 프로그램을 진행한 동양대 교수는 조 군을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24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정 전 교수의 동료 교수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 교수는 동양대 인문학 프로그램 첫 수업일인 2012년 1월 14일 저녁 정 전 교수 모자와 자신의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었고,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에도 함께 식사한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A 교수의 기억만으로 조 군이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는지 입증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출석 체크가 된 날짜에 조 군이 서울에 있었던 정황이 나오는 등 물리적으로 동양대에 갈 수 없었던 날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확보한 출석부에 따르면 조 군은 2013년 4월 13·30일, 5월 4·11·18·25일, 6월 1일 등에 동양대에서 마련한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검찰은 "4월 13일 조 군은 서울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석했고 사진도 있다. 그럼에도 출석부에 참석한 걸로 표시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A 교수는 "출석부가 잘못됐다. 검찰 조사에서부터 누누이 말해왔다"라고 답했다.

조 군은 5월 11일에는 AP(대학과목 선이수제) 시험을, 강의와 수료식이 함께 진행된 6월 1일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를 각각 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입시에 중요한 시험날에도 인문학 프로그램에 출석 체크된 이유를 묻자 A 교수는 '출석부가 잘못됐다', '잘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북 영주 동양대 캠퍼스. /뉴시스

가장 큰 쟁점은 4월 27일이었다. 당시 조 군이 다니던 학교의 중간고사 기간은 4월 26일~5월 1일이었다. 조 군은 중간고사를 이유로 같은 날 예정된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에도 불참했다. 검찰은 서울에 사는 고교생이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지 캐물었다.

A 교수는 "중간고사 때문에 청소년 참여위원회를 가지 않고 동양대에 왔다. 동료 교수가 조 군을 데리러 터미널에 가기도 했다"며 조 군을 직접 봤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위증죄까지 언급하며 '정확히 말하라'라고 추궁했다. 변호인의 반발과 재판부 중재로 4월 27일 출석을 둘러싼 신문은 잠시 멈췄다.

증인신문 말미 재판부는 "증인의 증언 취지는 조 군이 4월 27일 중간고사임에도 (동양대에) 내려왔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A 교수는 "제 기억에는 그렇다"며 "(조 군을 데리러 간) 교수와 조 군이 헐레벌떡 뛰어온 기억도 난다"고 답했다. 조 군을 데리러 간 동료 교수는 해당 날짜에 열린 수업의 사회자였다. A 교수는 동료가 조 군을 데리러 가는 바람에 대신 사회를 봐야 했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중간고사 기간 주말에 서울에서 참여하는 활동까지 불출석하며 차로 몇 시간 걸리는 영주까지 가야 하는가"라고 거듭 의문을 표했다. 이에 A 교수는 "이 프로그램이 대학 입시에 미치는 가치 때문에 온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로서는 학교 사정을 모르니 그 학생이 (중간고사 기간 주말에 동양대까지 내려온) 어떤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라고 답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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