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경찰 통제'를 둘러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갈등이 두 수장의 면담으로 새 국면을 맞이할지 기대를 모았으나 점점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치안감 인사번복' 사태로 '국기문란'까지 거론되면서 경찰 수뇌부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만남 자체가 불투명한 데다 이뤄지더라도 이견만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안팎에선 다음 주에 사태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측에 계속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김 청장은 전날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장관과 최대한 빨리 만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경찰 통제에 대한)우리 입장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틀 전부터 이 장관 측에 면담을 요청해 왔다. 이에 두 사람이 조속히 만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이 장관 측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장관은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면담 관련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다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다"며 "당장은 경찰청장과 면담할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만남이 이뤄져도 의견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양쪽 모두 일체의 양보도 허락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치안감 인사 번복 문제를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것도 의미가 크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현재 경찰 수뇌부에 강한 불신을 나타낸 셈이다.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않은 김창룡 청장의 존재를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물러설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경찰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잘 두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책의원총회에서 "경찰국 설치 등은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선 경찰들은 김 청장에 '직을 내건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고민은 깊다. 두 수장의 면담 가능성이 거론되자 경찰 내부망에는 "행안부가 경찰 중립성에 해가 되는 사안을 밀어붙인다면 과감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주시길 간청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립이 다음 주 절정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장관은 "이르면 다음 주에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경찰 통제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안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로 내다보는 시선이 많다.
김 청장 역시 '자문위 권고안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직접 지시해 운영 중인 만큼,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태세다. 김 청장은 이날 "TF 논의를 통해 경찰의 입장을 정부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 및 국민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알리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내홍에 휩싸인 야당은 아직 뚜렷한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오전 국회 전반기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청에 방문해 김 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행안위원장을 지낸 서영교 의원은 "행안부의 조치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듣는 자리였다"며 "앞으로 민주당도 자체적인 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정부의 경찰 통제 문제를 낱낱이 지적하고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