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삼킨 '행안부 폭풍'…"수사권 통제까지 가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신설, 장관 사무에 ‘치안’ 추가 등 논의할 듯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오른쪽 부터), 황정근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윤석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위원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운영결과 발표를 위해 브리핑실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경찰 안팎에 파문을 일으킨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안은 최종판이 아니다. ‘경찰제도발전위원회’(발전위)가 신설돼 장관 사무에 치안·사법경찰을 포함하는 등의 안건이 계속 도마에 오르게 된다. 논란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21일 행안부는 자문위의 권고안을 공개하며 각 내용들이 법 개정 없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치안본부 경찰국 부활’ 논란을 촉발한 경찰 지원조직 신설을 놓고 "경찰업무를 관장하는 국무위원이 행안부 장관이라고 법에 명시돼 있다"며 "관련 제반 업무를 이행할 하부조직 신설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장관의 경찰 지휘규칙 제정을 권고한 배경으로 "정부조직법에 의해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청의 중요정책 수립에 대해 해당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며 "현재 소속청을 두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는 관련 지휘규칙을 제정․운영하고 있는데, 행안부는 관련 규칙이 없으므로 소속 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권고안에 포함되리라고 예상됐던 ‘장관 사무에 치안·사법경찰 추가’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해 빠졌다. 하지만 암시를 남겼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새로 신설될 발전위에서는 치안 등 경찰 관련 업무를 사무에 추가하는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 등을 포함하는 조치는 장관의 경찰 개입을 법적으로 허락한 것과 다르지 않다. 1990년 내무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이 삭제된 배경 역시 장관 등 권력의 경찰권 개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현행 정부조직법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만 명시돼 있다.

발전위는 경찰의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한 수사인력 정원 조정도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찰위원회의 사무수행부서를 현행 경찰에서 행안부로 이관하는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밖에 ‘기타 경찰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도 의제에 포함해 그동안 거론되지 않은 사항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의 비대해진 권력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감독의 주체가 정치권이 돼선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찰에 대한 ‘견제’와 ‘정치적 독립성’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주현웅 기자

이번에 나온 권고안도 경찰과 시민사회 안팎의 거센 반발을 부른 상황이다. 이 같은 추가 권고안은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장관 사무에서 치안을 제외한 당시 국회의 명시적 의도는 행안부의 권력을 경찰청에 분산한 것이었다"며 "이는 1987년 민주화 투쟁에 따른 국민적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여익환 서울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찰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 및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곳으로 다른 공조직보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특히 요구되는 곳"이라며 "행안부가 인사·감찰 사무에 관여하겠다지만, 향후 발전위의 논의 방향에 따라선 장관에 수사지휘까지 맡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문위는 이날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을 뼈대로 한 권고안을 최종 확정했다. 경찰을 견제할 방안 4가지로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 장관에 고위직 경찰에 인사제청권 부여, 장관에 고위직 경찰 징계요구권 부여 등을 권고했다. 업무 지원 방법으로 처우개선 및 인프라 확충과 수사심의위원회 역할 강화 등을 제시했다.

chesco12@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