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폐지"vs"시기상조"…장애인단체, '탈시설' 동상이몽


21일 '탈시설' 지원 조례안 본회의 표결 앞두고 대치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에 관한 조례 철회 요구 집회를 열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장애인 시설에 갇혀있는 것 자체가 인권 유린이다." "시설을 감옥으로 폄훼하지 마라."

20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 '탈시설 조례안'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불과 10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각각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장애인이거나 장애인의 가족,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다. 이들이 통과 혹은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조례안은 2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탈시설'은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 어울려 사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였던 탈시설은 지난해 8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통해 올해부터 3년간 제도정비와 인프라 구축 등 시범사업 시행, 2025년부터 2041년까지 해마다 740여 명씩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장애인단체 내에서 찬반이 팽팽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21일 제10대 시의회 마지막 정례회가 열린다. 시설 대신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도록 장애인 지원 주택을 제공하는 등 내용의 조례안(서윤기 서울시의원 발의) 상정을 앞둔 지금까지 각 단체는 수 개월간 시위를 이어왔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데 이견이 있는 건 아니다. 앞선 시위에서 각자 마이크를 집어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부모회) 등 모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시설이 사회적 약자를 지역사회에서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만큼 '시설 폐지'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의견과 돌봄 공백 등으로 탈시설을 추진하기엔 때가 이르다는 '시기상조론'이 부딪힌다. 조례안을 놓고는 정부의 로드맵이 추진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라는 주장과 주민 공청회 없이 졸속 추진됐다는 의견으로도 나뉜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탈시설 권리 부정하는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더팩트DB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이날 시위현장에서 "적어도 (시설에) 갇혀 있는 장애인의 삶은 인권적인 삶이 아니다"라며 "탈시설은 UN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권리다. 장애인이 사회와 함께할 수 있다는 증거를 우리는 지금 눈 앞에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중증장애인 가족은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의 교두보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례안 통과는 향후 더 큰 문제가 된다"며 "발달장애 전문가 육성, 돌봄 지원 체계 등 집에 머무는 재가장애인까지 포함해 장애인과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안이 필요한데, 지금 조례안은 특정 단체 의견만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살고자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서울시의 계획과 지원을 제도화한 것"이라며 "조례에는 시설을 폐지한다거나, 시설 입소를 막거나 시설에서 강제로 나오게 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불안감 때문에 여러 장애인 단체의 반대 의견도 이해하지만, 준비도 안 하면 10년, 20년 이 상태가 지속된다. 한 발짝이 아니라 반발짝 나간 정도"라며 "다만 단체의 거센 반발 때문에 주저하는 의원도 상당히 많다. 내일 조례안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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