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주머니 열어 대학 주나…교육교부금 쪼개기 논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포함…교육감들 반발 불가피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 등 고등교육까지 용처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뉴시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 등 고등교육까지 용처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는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연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것은 유치원과 초·중·고에서 사용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에도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미래인재 육성 투자수요 등을 감안해 교육부문 간 균형 있는 투자를 위해 교부금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 및 교육세 일부로 구성되며 올해 편성된 교부금 예산은 약 81조원 정도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소하는 학생수를 고려해 교부금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과 평생교육 등에도 교부금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 8일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 주재로 열린 ‘교육재정 개편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20년 넘은 재정 제도들을 경제, 사회적 여건 변화를 반영해 합리화하자는 입장이지만 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혜영 서울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예산이 증가하는 것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의무 교육인 초중등 교육의 질은 투자에 비례할 수밖에 없고 코로나 상황 속에서 교육복지를 위해서라도 예산 규모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초‧중등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학생 교육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라며 "유‧초‧중등 교육교부금을 축소하려 할 게 아니라 대학 재정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학교회계의 대부분은 인건비, 시설비, 기관운영비 등 경직성 예산이며 학생교육활동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경비는 지금도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며 "교육예산을 축소하면 경직성 경비는 손댈 수 없으니 학생들에게 투입될 예산부터 삭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내정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부금 용처 확대에 대해 시도교육감들은 부정적인 듯 하다"며 대학교부금을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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