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운동용 봉을 이용해 엽기적인 방법으로 소속 직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스포츠센터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한모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유족들은 선고 결과를 들은 직후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지만, 평소 복용하던 약품과 음주 등으로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지 못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출동한 경찰관에 허위 내용을 말했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돌려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서 이를 막고 엉덩이를 때렸다고 진술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사정을 알 수 있다"며 "범행 당시 약을 먹고 있는 등 사정만으로 심신미약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살인이라는 범행은 사람의 존귀성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며 "유족들의 심신이 치료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 씨는 지난해 12월31일 새벽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소재 어린이스포츠센터에서 직원과 술을 마시던 중 여러 차례 폭행하고, 70cm 운동용 봉을 이용해 장기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한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출동 경찰관들의 초동 조치가 미흡해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국과수에 사실 조회한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간 관련 자료를 받은 뒤 해당 주장을 철회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했으며, 범행이 담긴 CCTV 영상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경찰을 비난하며 잘못을 회피하기 급급해 유족의 고통을 더욱 가중한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한 씨 측은 "피고인은 범행은 평소 복용하던 약과 음주의 부작용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라 변태로 오인해 신고해 공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객체 착오'를 일으킬 정도로 심신 미약 상태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 씨는 "술에 취해 자제력을 잃어버린 CCTV 영상 속 제 행동을 봤다"며 "가족에게 진심으로 잘못을 빌고 하루하루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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