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은 기각, 백운규 운명은…'블랙리스트' 수사 분수령


15일 구속영장심사…'문재인 청와대' 수사 확대 주목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인사권 남용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백운규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인사권 남용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백운규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3년 전 환경부 사건에서 김은경 전 장관 구속에 실패한 검찰이 백 전 장관 구속에 이어 윗선으로 수사 범위를 넓힐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최형원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9일에는 백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를 지시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은 지난달 19일 한양대 교수 사무실 압수수색 직후 "(청와대) 지시받아 움직이지 않았고, 항상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업무를 처리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13개 산하기관장 사직서 징구 혐의 △A산하기관 후임 기관장 임명 관련 부당지원 혐의 △B산하기관 후임 기관장 임명 전 시행 내부 인사 취소 지시 혐의 등으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5일 오전 10시30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문재인 청와대' 윗선 개입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백 전 장관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근무한 박원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수현 전 사회수석을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은 산업부 사건과 유사한 구조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건 사례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3월 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관 방만 운영·기강 해이 △관행이 장기간 있었던 점 △도주·증거인멸 우려 부족 등으로 김 전 장관 영장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임기가 보장된 산하 공공기관 기존 임원들에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 △내정 임원들이 임원추천위에서 추천되도록 환경부 공무원들에 현장 지원하도록 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이새롬 기자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법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공공기관 인사·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기강 해이가 문제됐던 상황에서 새 정부(문재인 정부)가 운영 정상화 목적 등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사정이 있는 점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법령 규정과 달리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있어 직권남용죄의 '의무없는 일을 하게했다'는 구성요건에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했다고 봤다.

또한 객관적 물증이 다수 확보돼있고 김 전 장관이 이미 퇴직해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다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지난 1월 △임기가 보장된 산하 공공기관 기존 임원들에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 △내정 임원들이 임원추천위에서 추천되도록 환경부 공무원들에 현장 지원하도록 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2년을 확정해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권교체 시기 반복돼 온 공공기관장 및 임원 사퇴 종용은 법령에 위반되고 폐해가 심하며 타파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라고 분명히 한 만큼, 2019년 김 전 장관과 비교할 때 백 전 장관 구속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전 장관 케이스가 비교 대상이 될 것 같다. 사안은 다르지만 외형은 비슷한 사건으로 가볍지 않은 형인 징역 2년이 확정됐다"며 "중대성은 상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백 전 장관 측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논리를 펼 수 있을 것 같다"며 "영장전담 판사는 정립된 직권남용죄 판례를 살펴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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