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을 담당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이 이르면 7일 공식 출범한다. 법무부 권한이 비대화된다는 지적 속에 독립성과 삼권분립 침해 논란이 불가피한 사법부 인사 검증까지 손을 댈지 주목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번 주 내로 공식 출범한다. 법적 근거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이 7일 시행되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법무부 청사가 아닌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별관에 설치된다. 단장을 비롯해 검사 3명, 경정급 경찰 2명 등 20여명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단장은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을 임명할 수 있도록 복수 직제로 열어뒀으나 비검찰 출신을 임명할 예정이다.

이로써 한동훈 장관은 검찰 감독권에 이어 공직자 인사검증 권한까지 갖게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왕장관', '소통령'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관은 중간보고를 받지 않고 감찰관실을 통해 관리단을 감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법무부 산하 조직이 고위 법관의 인사검증까지 하게되면 사법부 독립성 침해 논란마저 불가피하다. 현직 검사들이 법관을 검증하는 업무 자체가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의 임기가 종료돼 후임자 검증단계를 거치게 된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경계하는 반응을 보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수사와 기소 권한을 가진 검찰에 독점적 정보력까지 더해줌으로써 인사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검찰이 고위법관들을 독점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며 "삼권분립을 무력화하고 견제와 균형이 없는 검찰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저의와 다름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신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는 기본적으로 법무부에 소속된 행정공무원인데 중앙행정부서 공무원에 대한 1차 검증을 하는 것은 특별한 지적이 어렵다"면서도 "사법부까지 인사검증을 하는 것은 독립성 침해를 의심받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에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인사검증 업무는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업무다. 범위와 대상도 새롭게 늘리는 것이 아니고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통상적 업무"라며 "그간 민정수석은 국회 출석도 안 했는데 앞으로는 인사검증 영역이 국회에서 질문을 받고,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고, 언론의 질문을 받는 영역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인사정보관리단 검증 범위에 대법관까지 포함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대법원 인사총괄심의관실이 대법관에 대한 기본적인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도 검증 기능을 가졌다. 대법원은 법무부가 아직 대법관 인사검증을 놓고 가타부타 뚜렷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어 관망하는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검증 범위는 출범 이후 실제 업무를 하면서 정해질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과거보다 범위가 넓어지진 않는다. 헌법과 법령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대상자에 대한 검증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인사정보관리단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야당은 정부조직법 위배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심판 청구 등도 예고했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와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데 인사검증 기능은 포함되지 않는다. 법무부는 인사혁신처의 업무를 민정수석실처럼 위탁받으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왜 굳이 법무부여야 하는지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굳이 법무부에 인사검증권을 주겠다면 법부터 바꾸라는 지적이 많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률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사무에 인사혁신처의 권한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엄밀히 따지면 법률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법무부가 구태여 시빗거리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현 교수는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처럼) 인사혁신처의 업무를 위임받겠다는 것인데 인사혁신처가 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관리단에서 1차 검증 이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2차 검증을 한다는데 모두 검찰 출신이다. '검찰공화국'이라는 시빗거리를 자꾸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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