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연인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하며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남성에게 살의가 아예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혜림 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혼자 술을 마시다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관에게 '도저히 못 참아서 사람 죽일 것 같다. 여기서 사건 날 거다'라고 말해 허위 신고를 한 혐의를 받았다. A 씨가 살해하겠다고 한 대상은 연인 B 씨였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 씨의 위치 추적을 위해 통신 수사를 의뢰하고, 현장에 출동해 범행에 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가 B 씨를 실제로 살해할 마음이 없었는데도 허위 신고를 해 경찰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허위 신고라는 점이 확실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씨의 진술들과 폭행 사건 신고 전력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A 씨)은 B 씨를 죽이러 가겠다고 왜 신고했냐는 질문에 '사람은 한 번쯤은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날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이 발생 전 B 씨에 대한 폭행 사건 신고가 접수된 적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A 씨는 연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스트레스가 쌓인 채 술에 취하면 감당이 안 된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순간적으로라도 B 씨를 죽일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피고인이 실제로 B 씨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도 112 신고 전화를 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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