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직속 '삼청동 인사정보단' 일사천리…출범 초읽기


국무총리까지 검증하는 '상왕' 우려…위헌·정부조직법 위반 소지도

정부가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을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 내에 설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을 담당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이 일사천리로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초 정식 출범이 예상되지만 우려는 여전해 당분간 논란의 중심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에 필요한 대통령령과 법무부 직제 개정안이 3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다. 이후 대통령이 공포하면 시행된다. 이 개정안은 이례적으로 24~25일 단 이틀 입법예고된 뒤 법제처 심사를 거쳐 지난 27일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는 통과 즉시 속도를 내 이르면 다음주 초 관리단을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무실은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별관 옛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설치한다.

관리단장은 비 검사·비 법무부 인사로 감사원 출신 인사전문가가 거론된다. 조직을 이끌 검사로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한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 3부장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동균 부장검사는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준비팀에서 한동훈 장관과 일한 뒤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한 '친윤' 검사다. 검사는 3~4명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각계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정부조직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역할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와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만을 관장한다'고 규정된다. 인사검증 기능은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넘어서는 셈이다.

공무원 인사를 관장하는 인사혁신처는 인사검증 업무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위탁해 비서실 산하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해왔다. 법무부는 인사검증관리단도 대통령 비서실의 위탁을 받는 형식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굳이 법무부에 위탁하는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이윤제 명지대 법과대학 교수는 "부처에 맞게 역할을 전문화하는 정부조직법의 취지에서 벗어날 소지가 있다"며 "인사검증은 '법무에 관한 사무'가 아닌데 대통령령으로 상위법을 제한하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검증관리단에 검증을 맡기려면 법률 개정부터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개정 없는 대통령령을 통한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는 국회 견제를 피하는 초헌법적, 위법적 행정"이라며 "헌법 96조에 행정각부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한다. 법률로 정하는 법무부 장관의 직무 범위, 소관 사무를 뛰어넘어 공직후보자 인사검증 권한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법무부 장관이 타 부처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검증하는 구조도 논란거리다. 이른바 '왕장관'의 등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 사무를 감독하면서 공직 후보자의 비위 정보가 축적되는 법무부와 타 부처는 '갑과 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윤석열 정부 임기 내 대부분 교체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대법관 인사검증까지 법무부가 맡게돼 사법부의 독립성까지 도마에 오른다. 당장 오는 9월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같은 우려에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도 그렇게 한다"며 일축한다. 미국 정부의 고위공직자 1차 검증은 법무부에 소속된 FBI(연방수사국)의 업무다.

다만 국내 실정과는 차이가 적지않다. FBI는 법무부 산하지만 110년이 넘는 전통 속에 대통령도 개입할 수 없는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장 임기도 대통령보다 긴 10년에 이른다. 현재 국장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이다. 반면 인사정보관리단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과 '친윤' 검사들이 관여할 전망이다. 공직자 후보를 추천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결과를 검토하는 공직기강비서관도 모두 검찰 출신 '친윤' 인사들이다.

비판이 이어지자 법무부는 장관이 중간 보고를 받지않고 인사정보가 수사에 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필성 변호사는 "FBI는 미국의 연방경찰이기도 하지만 정보기관의 성격도 갖고 있다. 미국은 국가정보국 체계의 16개 기관 내에서 FBI가 서로 견제하고 동시에 통제를 받는다"며 "인사정보를 다룰 필요성이 있다면 별도의 법적인 근거를 두고 통제받는 기관으로 만들어서 독립시켜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법무부 산하에 만들어 놓는다면 위험하다. 공식적인 엄격한 통제를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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