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 경찰 인사…'수사통·경찰대' 홀대에 해석 제각각


전문가 "시기·방식 부적절…인사적체 해소는 효과"

경찰청은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순경 공채·59)과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경찰대 7기·54),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경찰대 7기·53), 김광호 울산경찰청장(행시 35회·58), 박지영 전남경찰청장(간부후보 41기·59) 등 치안감 5명이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정부가 경찰 계급 서열 2위인 치안정감 7명 중 5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오는 7월 신임 경찰청장 임명 전 치안정감 인사는 이례적이다. 경찰 수사역량이 절박한 상황에서 비수사통 인력이 대거 승진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24일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순경 공채·59)과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경찰대 7기·54),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경찰대 7기·53), 김광호 울산경찰청장(행시 35회·58), 박지영 전남경찰청장(간부후보 41기·59) 등 치안감 5명이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했다.

치안정감은 경찰 계급 서열 2위로 경찰공무원법상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후보군이다. 통상적으로 신임 경찰청장 인사 이후 연쇄적인 치안정감 승진 인사 등이 나지만, 오는 7월 김창룡 경찰청장 후임 인사를 앞두고 치안정감 승진 인사가 먼저 진행돼 이례적이다.

특히 발표 전날까지 현직 치안정감들은 인사 소식을 알지 못해 '기습'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기존 경찰청장 후보군들을 이전 정부 인사로 규정하고, 사실상 물갈이해 새 판을 짜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들린다.

'비수사통' 약진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기존 치안정감 중 최승렬 경기남부청장, 이규문 부산청장 등은 '수사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승진 인사 면면을 살펴보면 뚜렷한 수사통은 없다. 이에 대해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 권한이 커져 수사역량 있는 인물들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반면 경찰 조직은 행정 기능 수장인 경찰청장과 수사 기능 수장인 국수본부장이 존재하는 만큼, 향후 경찰청장을 비수사통으로 인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수사통은 남구준 국수본부장(치안정감) 임기 만료인 내년 2월 후임으로 임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경찰청 차장과 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치안정감 보직 성격상 조직 관리 역량과 조정 능력이 중요한 만큼 특정 전문 능력보다는 종합적인 능력이 있는 인물이 승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갑룡 전 청장과 김창룡 현 청장 등 경찰대 4기가 연이어 경찰청장으로 취임해 인사 적체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이번 치안정감 승진 인사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있다. 사진은 김창룡 경찰청장. /이동률 기자

이번 인사에서 비경찰대 출신 인사들을 우대한 점도 눈에 띈다. 경찰대 출신은 2명이며 3명은 순경·간부후보·고시 출신이다. 순경 출신 경무관 이상 고위직 20% 배정 공약을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 교두보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 효과도 찾을 수 있다. 경찰청장은 자신과 같은 기수를 참모로 앉히는 경우가 많다. 민갑룡 전 청장과 김창룡 현 청장 등 경찰대 4기가 연이어 경찰청장으로 취임해 '인사 적체' 지적까지 나온 상황에서 이번 인사로 세대교체가 됐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 '기수파괴' 당사자였던 만큼 기수에 연연하지 않는 인사라고 볼 수도 있다. 경찰 조직은 검찰과 달리 후배가 승진하면 퇴직하는 '용퇴 문화'는 없어, 향후 선배 기수들은 지방경찰청 등으로 전보 조치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권 초기 '물갈이식' 인사로 경찰이 눈치를 볼 것이라는 평가와 인사적체 해소 노력이 보인다는 평가를 동시에 내놓는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권 초기에 물갈이 수준의 인사가 단행돼 경찰이 앞으로 대통령실 눈치를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조직 쇄신 차원에서는 결과적으로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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