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폭행에 저지른 살인…정당방위 불인정 이유는


대법, '미필적 고의' 인정해 징역 18년 확정

대법원 자료사진 / <사진=남용희 기자/20191104>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뒤 반격하다가 상대방을 살해한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상대방의 목 연골이 부러지는 등 정당방위가 아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사체은닉,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3월 집에 찾아온 80대 B씨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했다. 퇴비창고를 지어주는 대신 땅을 이전받았는데도 B씨는 땅을 돌려달라며 폭행을 계속했다. A씨도 되받아쳐 B씨의 목을 졸라 질식으로 사망하게 했다. 이후 무면허 상태에서 차를 몰아 B씨의 사체를 인적이 드문 빈 창고에 유기하기도 했다.

1,2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3년을 명했다.

A씨는 B씨가 무단으로 집에 들어와 자신을 폭행했고 상처를 입혀 맞섰기 때문에 정당방위이며 살인할 고의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부검 결과 나타난 목 골절을 근거로 "목을 조른 강도를 볼 때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줄 알면서도 범행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가 폭행을 당하다가 B씨의 목을 조른 것은 맞지만 상대방을 충분히 제압하고 난 뒤에도 공격을 계속했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A씨는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도 주장했으나 해가 진 어두운 상태에서 트랙터를 몰아 사체를 운반하는 등 사물 변별 능력에 문제가 없었다고 봤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 9명도 전원 유죄로 평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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