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검찰 수사권 축소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한다는 행정안전부의 '경찰개혁'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 내에서는 이른바 '친검' 인사 중심으로 방안이 마련되면 사실상 검찰권 회복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찰 통제도 중요하지만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인력 확충과 자치경찰제 확대 등도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23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지시로 정책자문위원회 분과 '경찰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꾸려져 지난 13일 첫 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오는 9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 정보경찰, 오는 7월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에 따른 군 내 성폭력·사망 사건 등 이관, 오는 2024년 대공수사권 이관 등으로 권한·책임이 커지면서 조직 개선과 통제 방안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위원은 민간인 6명과 경찰 1명을 포함한 공무원 3명 등 10명이며, 위원장은 행안부 차관과 부장판사 출신 황정근 변호사가 공동으로 맡았다. 첫 회의에는 행안부 차관·기획조정실장이, 경찰청은 우철문 수사기획조정관이 참여했다.
민간 인사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선대본부 및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정근 변호사,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 강욱 경찰대 교수, 윤석대 경남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첫 회의는 큰 틀에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했지만 지난 20일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는 행안부와 경찰의 관계 설정이 주된 의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와 경찰 관계는 법무부-검찰처럼 부처와 외청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정부조직법상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둔다. 그러나 행안부-경찰 사이에는 국가경찰위원회라는 장치가 있다.
경찰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거치며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의제로 떠올라 1991년 경찰법이 제정됐다. 내무부 보조기관이었던 치안본부가 외청인 경찰청으로 분리·승격되고, 장관은 경찰위원회를 통해 중요하다고 인정한 정책을 부의할 수 있게 됐다.
구조적으로 보면 개별 업무·사건 통제는 불가능하지만 행안부 장관은 '중요 정책'을 국가경찰위원회에 올려 관여할 수 있다. 경찰청장을 비롯해 총경급 이상 인사제청권도 갖고 있다. 앞으로 행안부가 국가경찰위원회 권한 확대를 통해 경찰 조직을 더 강력하게 통제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이전으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행안부 통제가 검찰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찰 내에서는 자문위 구성원이 대부분 정치권과 법조계에 몸담았던 인물이라고 경계한다. 검사 출신인 정승윤 교수는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다. 정 교수 외에도 외부위원 경력을 살펴보면 '친검' 인사가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향후 협의를 지켜보며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6일 "공룡 경찰·경찰 권한 남용 등 여러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며 "경찰 입장을 설명하고 일정 부분 받아들일 내용은 받아들이고,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면한 수사 인력·예산 문제와 자치경찰제 개선,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책임수사와 수사 독립성·중립성 확보를 위한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수사권 조정과 올해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 등으로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견제하는 방향은 존중하지만, 일선 업무 과중에 따른 인력 확충 등 국민 피해 최소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어 "자문위 구성원의 중립성에 여러 우려가 나오지만,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마주한 상황에서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음 달 지방선거 이후 자치경찰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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