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기후위기’가 인류의 지상과제로 부각했으나 국내 정치에선 여전히 남의 나라 얘기다. 6·1 지방선거까지 불과 약 열흘 남은 상황에서 환경 이슈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오히려 재개발·재건축 및 철도 노선 확보 등 토건개발을 약속하는 목소리가 크다. 나아가 선거 때문에 발생할 쓰레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 등 국가가 꼭 이행해야 할 목표를 이루려면 지역 단위의 과제 수행도 필수다. 후보자들이 이제라도 환경 의제를 적극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환경은 뒷전…되레 망가트리는 선거판
그동안의 선거는 환경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단 되레 망가트려 왔다. 국민 세금으로 쓰레기를 배출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중에서도 지방선거는 후보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대선이나 총선보다 유독 심각성이 크다.
축구장 면적의 4033배, 에버랜드 면적 22배.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쓰인 벽보와 현수막 등을 바닥에 한 부씩 펼쳤을 때 차지하는 규모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이 정도 홍보물을 제작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만772톤. 플라스틱 일회용컵 4억 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양과 같은 수준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개선은 어렵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각 후보자의 현수막 등 공보물은 크기에 대한 규제가 없다. 2005년 규격 관련 제한이 사라졌고, 2010년에는 수량 규제도 없어졌다. 이렇다 보니 쓰레기 배출량 자체도 대폭 증가한데다, 현수막 게시를 위한 가로수 가지치기 등 파생되는 피해도 심해졌다.
환경단체에선 이를 ‘세금으로 쓰레기를 생산하는 선거’라며 비판한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 근거해 정당과 후보자의 득표율이 15%를 넘으면 선거비용 전액, 득표율 10% 이상일 경우 선거비용 50%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며 "혈세로 보전하는 선거홍보물인데 쓰레기가 남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탄소중립 실현…"지역별 과제수행 필수"
환경 의제를 내건 후보도 드물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제8회 지방선거 정책제안서’를 제작했다. 전문가 및 각 지부 활동가들을 통해 18개 지역 170개 의제를 취합했다.
환경연합은 전국의 공통 화두로서 각 후보자가 ‘지자체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해 3월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현실화하려면 지자체도 조례 등을 정비해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명시한 게 뼈대다. 지역별 감축 계획 마련은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역별 재생에너지 보급 및 자립률 목표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뿐 아니라 세계 기후변화 협약 등에 따라 에너지 배출 저감은 불가피한 조치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럽연합(EU) 등의 무역 규제가 가시화돼 국가 경제와도 직결된다.
이밖에 지역별 현안을 보면 서울의 경우 보행·자전거·대중교통 통합 수단분담률 확대, 경기도는 환경 관련 부서 확대, 충청권은 신규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기후위기 대응 방안 마련, 영남 지역은 4대강 사업에 따른 피해 회복, 호남권은 광주 군공항 이전 시 하천 등 생태 피해 회복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더 많은 환경 문제가 있지만 대선 직후 급하게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전부 담아내지는 못했다"면서도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환이 시대적 소명인데, 이를 실현하려면 지역별 과제 수행이 매우 중요하므로 후보자들이 환경 의제를 지방정부 운영의 핵심철학으로 승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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