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형사책임 감면' 경직법 석달…현장 기대반·회의반


치안정책연구소 "제한 사유로 다소 난해한 구조"

경찰관 현장 대응 과정에서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관 현장 대응 과정에서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일선에서는 제한 사항 많아 아쉬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사조차 부담스러운데 해당 조항은 공소 제기 후 유죄판결에서 적용되기 때문이다.

15일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에 따르면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관이 직무를 수행할 때 타인 피해가 발생한 경우,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고 수행이 불가피했다면 정상을 참작해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다.

경직법 개정안은 지난해 경찰 현장 대응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어 지난 1월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권 침해 우려로 발이 묶였으나 일부 내용을 수정한 끝에 통과됐다.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무분별한 물리력 행사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현장 대응력 논란은 경찰의 초동 조치 미흡이 원인인데, 법적으로 미비해 소극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까다로운 조건 탓에 부담이 줄지 않는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한 경찰서 112상황실장은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경찰서 형사과장은 "요건이 까다롭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적용이 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장 경찰관들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지난해 12월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입법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이선영 기자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법안이 수정돼 다소 난해한 구조가 됐다고 지적한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지난 4일 발간한 보고서 '경찰관 직무 수행으로 인한 형의 감면'을 통해 "권한 남용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많은 제한 사유를 덧붙이려다보니 내용이 다소 난해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치안정책연구소는 △범죄 실현의 긴급 상황 △경찰관 직무 수행 행위 △타인의 피해 발생 우려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조항이 적용될 수 있으며, 경과실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피해 발생 경우만 적용될 수 있어 입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살인과 상해, 가정폭력범죄 등 대상 범죄를 한정한 것도 아쉽다고 봤다. 연구소는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수 있고, 다른 요건들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어 조항이 남용될 소지가 크지 않다고 봤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소신을 갖도록 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뒀던 것인데, 조건들이 까다로우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며 "지켜본 뒤 개선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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