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집회·시위 어쩌나…법원 판단에 난감한 경찰


"집무실과 관저 달라" 법원 판단에 전문가 "집시법 개정 필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 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했다. 관저와 달리 집무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금지 장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법원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시위를 허용하면서 용산이 집회·시위 메카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던 경찰은 상급심 판단을 받기로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 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관저와 달리 집무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금지 장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으로 경찰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력 재배치와 경호, 집회, 교통관리 등에 대한 세부 대책을 논의했다. 경호는 경호처와 대비했으나 집회·시위 관리가 경찰의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집시법 11조 3호에 따라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 경계 지점에서 100m 이내 장소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된다. 청와대와 달리 용산에서는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돼 집무실도 집회·시위 제한 장소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경찰은 자체 유권해석을 통해 집무실도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장소로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청에서 집시법 입법 목적이나, 과거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권해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지개행동은 오는 14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를 열기 위해 용산역 광장에서 삼각지역·녹사평역을 거쳐 이태원 광장까지 2.5km 행진하겠다고 집회 신고를 냈다. 이에 대해 용산경찰서는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과 100m 이내"라며 행진을 금지했다.

그러나 법원은 "관저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는 뜻으로, 11호 3호 입법 취지와 목적, 대통령 관저·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해도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던 청와대의 경우 인근 옥외집회나 시위 제한은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효과였다는 판단이다. 구 대통령경호법도 관저와 집무실을 내곽 지역과 외곽 지역으로 구분했다며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행진 구간을 1회에 한해 1시간30분 이내 신속히 통과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법원 판단이 원칙적으로 다른 집회·시위에 효력을 미치지는 않으나,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찰의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본안 소송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집회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상 최소한 안전 활동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동률 기자

전문가들은 새로운 상황에 마주한 만큼 집시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다. 법원은 기존에 있는 법을 해석해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된 상황에서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법률도 달라져야 한다. 현행법은 관리 근거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당장은 경찰은 허가한 내용이 준법 시위가 되도록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항고와 본안 소송 등으로 다시 소명할 방침이다. 절차에 따라 11일 법무부에 즉시항고 승인 요청을 했다. 이외 신고는 개별 사안으로 판단하고, 본안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금지 통고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법원 결정은 존중하지만 국가소송법 절차에 따라 법무부 승인을 받아 즉시항고 했다"며 "항고와 본안 등으로 소명할 예정이고, 본안 판단 전까지 금지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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