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부근을 집회금지 장소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 개최가 제한되는 '관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1일 성 소수자 단체가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관저와 달리 집무실은 집시법에 따른 집회 금지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관저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는 뜻인데, 집시법 입법 취지 및 연혁을 고려하면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상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경찰이 용산역 광장에서 출발해 이태원 광장에 도착하는 2.5km 구간의 행진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통고는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집무실이 위치한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가 제한된 것에는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나 시위를 제한함에 따른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효과"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 경로의 행진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인근 교통정리 및 경호에 예기치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행진 시 집무실 앞을 1시간 30분 이내로 신속하게 통과해야 한다고 제한했다.
앞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은 14일 서울 용산역에서 집회를 연 뒤 녹사평역까지 행진하겠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이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과 가깝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자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단체는 현행법상 주거공간인 대통령 관저 주변만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며 별도 규정이 없는 집무실 부근에서도 집회를 제한하는 건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집시법 11조는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된다며 행진 경로 가운데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 경계 100m 이내라 집회를 허용하면 경호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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