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마무리 투수' 박범계…1년4개월 돌아보니


대선 이후 검찰이슈에 '고초'…"국회서 못 다이룬 검찰개혁 완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이임식이 6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가운데 박 장관이 마지막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천=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문재인 정부 법무부의 '마무리 투수'를 자임한 박범계 장관이 약 1년 4개월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국회로 돌아간다.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깊어진 갈등 속에서 취임해 내부를 수습하고, 적극적인 현장행보로 법무행정을 활성화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다만 검찰 이슈를 두고는 여야 일부 지지층 양쪽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선 이후에는 새 정부와 검찰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박 장관은 지난 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열고 임기를 마무리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내면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과 인연을 맺은 박 장관은 박상기, 조국,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현 정부의 4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받아 지난해 1월 취임했다.

◆ '법무부 정상화' 최우선 과제…민생 법무행정 성과

취임 직후 박 장관은 '법무부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부터 '추윤갈등' 이후 악화된 검찰과의 관계 회복 등 쌓인 과제를 해결하려 했다. 전국 검찰청과 교정시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방문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박 장관의 현장 방문 횟수는 임기 동안 총 165회로 '3일에 1회' 수준에 이른다.

사실상 검찰 이슈에만 몰두했던 전임 장관 시절과 달리 다른 실·국의 업무도 주목하면서 법무부 내부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스타트업 창업지원 법무플랫폼인 '스타트로(Law)'의 출범이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성공적인 국내 정착 등은 박 장관의 업적으로 꼽힌다. 특히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스타트로'는 박 장관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성과물이다.

이외에도 기존 다인가구 중심의 법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취임 직후 '사회적 공존, 1인가구(사공일가)' TF를 출범시켜 독신자 친양자 입양 허용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법무부에 아동보호특별추진단,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아동인권이나 성범죄 문제에도 꾸준한 관심을 드러냈다.

스타트업 창업지원 법무플랫폼인 스타트Law의 출범이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성공적인 국내 정착 등이 박 장관의 업적으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스타트업 창업지원 법무 플랫폼 자문단 회의에 참석한 박 장관의 모습. /남용희 기자

◆ 연이은 검찰 이슈에 여권 지지층 비판 받기도

검찰을 둘러싼 이슈는 임기 내내 박 장관을 따라다녔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검찰 인사 당시 '총장 패싱' 논란에 직면했고, 이에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퇴하는 등 파란을 겪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에 감찰을 지시하거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검찰과 대립을 이어왔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대검의 무혐의 결정을 수용하는 대신 합동감찰을 지시했는데 야권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민주당 일부 지지층을 중심으로 단호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대장동 개발 의혹 등 대선을 둘러싼 굵직한 검찰 수사를 두고 잡음이 계속됐다.

6일 이임식 전 기자들과 만난 박 장관은 '여권 지지층의 비판'에 대한 질문에 "구원투수가 아닌 마무리투수로 (취임 각오를) 밝혔다. 정부가 해온 토대 위에서 마무리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며 "한 번에 시원하게 하는 것이 쉬울 수 있지만, (참여정부를 생각했을 때) 검찰이 바뀌려면 내부 동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이임식이 6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가운데 박 장관이 법무부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과천=남용희 기자

◆ 대선 이후 '수난의 시간'…'무사만루'서 호투 평가

대선 이후는 박 장관에게 수난의 시간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공개 반대하면서 법무부의 업무보고가 취소되기도 했다. 수사권 분리 국면에서는 검찰의 반발과 민주당 안팎의 압박에 시달렸다.

다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 입지도 다졌다. 호흡을 맞췄던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법무부 검찰국까지 등을 돌리면서 고립무원 상태가 되자 동정 여론과 함께 응원의 목소리도 커졌다.

법무부 내에서는 박 장관이 어려운 조건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조국사태'와 '추윤갈등'으로 이어진 '무사만루 상황'에 등판해 비교적 호투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9일 교정시설 현장 방문을 끝으로 1년 4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국회로 돌아간다. 그는 "스스로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다. 마무리 투수를 자임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다. 못다 이룬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국회에서) 노력하겠다"며 법무부 장관 경험을 살려 국회에서도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검찰국 외에 다른 본부나 실·국이 조명받지 못하던 것이 보여서 활성화하고 노력을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행복했다"며 "행정부의 일은 정말 다이나믹하다. 현장과 함께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이루는 체험을 했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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