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옛 동료에게 뇌물을 받고 사건 편의를 봐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준 전 부장검사 측이 첫 재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재탕 수사이자 억지 기소"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장검사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박모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부장검사 측 변호인은 "전체 액수 가운데 1000만 원은 피고인이 직접 돈을 받은 게 아니라 공소사실처럼 향응 내지 금품수수를 했다고 볼 수 없다. 뇌물을 수수할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 변호사 측도 "굉장히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재판이 끝난 뒤 따로 입장문을 배포해 공수처의 수사와 기소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출범한 공수처가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사건이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입장문에서 "퇴직으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난 뒤 공소사실을 입증할 아무런 추가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재탕 수사해 억지로 기소한 것에 불과하다"며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또 "공수처는 출범 뒤 1년 동안 기소한 사건이 없어 기관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의 지적과 실적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2월 개최한 공소심의위원회에 피고인이나 변호인을 참여시키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어떠한 절차와 자료에 기초해 회의가 진행됐는지 알지 못해 절차적인 참여권과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라고 항변했다. 이어 "공수처 내부 수사검사의 반대의견에도 공수처는 공소심의위원회 권고를 앞세워 대선 직후 무리한 기소 결정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옛 검찰 동료인 박 변호사에게 사건 편의를 봐주고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박 변호사 역시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편의를 봐주고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당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근무하다 2016년 1월 인사이동 직전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 사건을 조사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금보험공사로 파견된 김 전 부장검사는 같은 해 3월과 4월 박 변호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약 93만 원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7월에도 현금으로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혐의 사건은 이듬해 7월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고교 동창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 전 부장검사를 구속 기소할 당시에도 박 변호사와의 금전 거래는 무혐의 처분했다.
고교 동창의 고발로 재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0월 '스폰서' 김모 씨에게 금품과 향응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렸다. 그는 이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