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미루 인턴기자] 공금 115억원을 횡령해 주식투자 등을 한 혐의를 받는 구청 공무원이 첫 정식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종채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5개 혐의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 김모(48) 씨 1차 공판을 열었다.
김 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견서를 냈다가 철회해 이날 정식 재판이 진행됐다.
김 씨 측은 이날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거도 모두 동의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문서 위조·행사죄 적용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자결재 시스템에 접속해 이를 위조한 것이라면 전자상 기록인 만큼 '공문서 위조·행사'가 아닌 '공전자기록위작'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미 위작된 공전자기록을 출력했다고 하더라도 범행 계획을 전체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사전에) 예정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실제로는 공문서위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공전자기록위작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 씨 측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공문서위조든 공전자기록위작이든 대세에 큰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김 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강동구청에 입금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분담금 115억원을 횡령하고 주식 투자와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SH 측에 보내는 기금납부 요청 전자 공문에 업무추진 계좌를 기금계좌인 것처럼 기재하고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구청 내부 결산과 성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씨가 횡령한 115억원 중 38억원은 반환했으나 나머지 77억원은 대부분 주식 투자 등으로 잃은 것으로 봤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0일 오전 11시50분 공판기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