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합격 자작글 올린다" 폭로자 명예훼손 무죄


법원 "글 내용 허위라고 보기 어려워…게시판 이익에도 부합"

특정 학원 직원이 임용고시 수험생 커뮤니티에 홍보를 위해 합격 수기 자작글을 올린다는 글을 게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누리꾼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특정 학원 직원이 임용고시 수험생 커뮤니티에 홍보를 위해 합격 수기 자작글을 올린다는 글을 게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누리꾼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2월 임용고시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B 학원 직원들이 합격수기를 연도만 바꿔 지속적으로 올리는 등 소속을 숨기고 학원 홍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려 B 학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B 학원이 직원들에게 이 같은 작업을 지시하거나, 이를 위한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사실이 없다며 "오로지 피고인의 생각으로 추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게시한 글"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역시 같은 액수로 약식명령을 발부했다.

A 씨 측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A 씨의 글 내용이 허위라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판에 강의를 홍보하는 글에 대한 사용자의 항의 글이 올라오고 있고 '알바로 의심되면 신고해 달라'는 제목의 공지글이 게시돼 있다"며 "학원 또는 학원 강사 관계자들이 홍보 목적을 숨긴 채 수험생 인양 가장해 글을 쓰는 건 드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교원임용고시 전문학원 관계자는 법정에서 '학원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수험생인 것처럼 가장해 홍보 목적의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라고 증언했다.

A 씨는 게시글에서 B 학원 관계자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을 저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누리꾼들은 들어보지도 않은 강사의 강의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서로 B 학원 소속 강사를 추천한 점, 이후 이 같은 게시글이 모두 삭제된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B 학원과 관련됐다고 충분히 의심할만하다"며 "이들이 B 학원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는 전혀 없다.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판은 교육학에 관한 질문·답변 게시판으로 수험생들 사이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며 "이 같은 게시판에 공지글이 게시될 정도로 홍보 목적을 숨기고 수험생 인양 가장한 글이 종종 올라온다는 점에 비춰 이에 대한 주의를 주고 홍보 목적 글에 대한 피고인의 판단 근거를 공유하는 건 게시판 사용자의 이익에 들어맞는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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