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정부가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한 지 약 반 년 만에 다시 한층 전격적인 일상회복 정책을 꺼내들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대부분 방역지표가 오히려 다소 악화된 상황이지만 치명률은 1/6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자정까지였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10명까지였던 사적모임 제한, 299인까지였던 대규모 행사·집회 인원 제한 등이 모두 없어졌다. 이런 전면적인 거리두기 해제는 지난 2020년 3월 말 유흥시설 등의 운영제한 조치로 사회적거리두기를 시작한 지 약 2년1개월 만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한 지 약 반 년 만에 다시 일상회복에 도전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당시보다 훨씬 전면적으로 조치를 해제하고 의료대응체계도 재편하면서 정책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당시에는 다른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모두 해제했지만 유흥시설 등은 자정까지로 제한했다. 사적모임 인원도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으로 제한을 뒀다. 또 각종 시설에 방역패스를 도입해 백신 접종자 위주로 규제를 풀었다.
최근 오미크론 유행이 확실히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각종 방역지표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의료체계 여력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민생경제 타격이 오랜 기간 누적돼 더 이상 일상회복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도 있었다.
다만 현재 확진자수, 위중증 환자수, 사망자수, 병상가동률 등 주요 방역지표는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 도입 시기보다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유행 규모가 급증하며 한 달여 만에 다시 조치를 강화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이번에도 우려를 지우기는 쉽지 않다.
단계적 일상회복 도입을 발표한 지난해 10월2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수는 2124명,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수는 331명, 신규 사망자는 9명이었다. 병상가동률은 중환자 43.2%, 준중증 53.2%, 감염병 전담병원 45.1%였다.
반면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발표한 이달 15일 오전 0시 기준 신규 확진자수는 12만5846명으로 당시의 약 60배 규모다. 위중증 환자수도 999명으로 3배 많은 상황이고, 사망자는 264명으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다. 병상가동률도 중환자 49.9%, 준중증 57.4%, 감염병 전담병원 29.6%로 당시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 해제를 결정한 데는 치명률이 급감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확진자 규모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수는 늘었지만 치명률은 오히려 1/6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0월29일 기준 누적 치명률은 0.78%였는데 이달 15일은 0.13%를 나타냈다.
또 누적 확진자수가 인구의 1/3 가량까지 증가해 자연 면역을 갖춘 인구가 늘어난 점은 단기간 내 대규모 유행이 재발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전날 기준 누적 확진자는 1635만3495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31.9%에 해당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5일 브리핑에서 "이번 방역 및 의료대응체계 전환은 단순한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완화가 아닌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일상을 재개하고 일상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자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며 "정부는 근거에 기반한 치료제·백신 전략을 수립하고, 방역대응시스템 고도화, 일상의료체계 안착을 통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또는 재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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