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위헌성을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국민 인권 보장 측면에서 수사권 분리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보장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민주당 결정 직후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며 "위헌적 측면이 있다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위헌적 측면에 대해서는 "헌법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하는데 영장청구권은 수사권을 전제로 한다. 헌법상 수사권을 가진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아 (경찰에) 독점시키는 건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16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여기서 '영장신청권'이 사실상 수사권을 의미한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조항 내용과 취지에 비춰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보장돼 있다는 해석은 무리라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할 권한을 준 것이지, 수사권을 줬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수사권 분리가 옳지 않다는 근거로 위헌성을 드는 건 딱 들어맞는 주장이라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헌법소원 사건 경험이 많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사가 신청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라는 것이지,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조항이 아니다"라며 "법관의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명시한 부분은 있어도 검사에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없지 않은가. 수사 실무의 효율성 문제로 찬반이 나뉠 수는 있어도 수사권 분리가 위헌적이라는 주장은 무리하다"라고 꼬집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HB법률사무소)는 "인권침해적 수사 및 체포가 많았던 과거를 반성하기 위해 특별히 헌법에 형사소송 관련 규정을 둔 것"이라며 "검사가 신청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강제수사를 허용한다는 취지지, 검사에게 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규정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다만 학계에서는 사실상 헌법에 수사지휘권이 보장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영장신청권 조항을 형식적으로 해석하면 '수사'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반면 검사에게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조항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가장 강제력 있는 수사 방법인 영장 신청을 놓고 신청할 만한 사안인지, 신청했을 때 인권이 침해당할 소지는 없는지 등을 검사가 검토해 지휘하라는 것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장신청권과 수사권이 불가분 관계에 있다는 측면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분리해 공소제기 및 유지만 하도록 하는 건 헌법이 정한 정신에 맞지 않는 걸로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위헌 소지는 없어도 국민 인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분리에 앞서 신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수는 "단순히 범인을 잡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소 요건에 맞는 사실을 찾아내는 것도 수사다. 검사의 기소권 안에 수사권이 포함된다는 논리가 생겨난 이유"라며 "수사권 분리의 정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수사의 개념을 정립하고, 기소권 안에 포함되는 수사의 범위를 독일과 일본처럼 좁게 잡을 것인지, 한국처럼 넓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노 변호사는 "수사권 분리는 헌법을 비롯해 법률적 측면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논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경찰의 인력과 수사 능력이 충분히 갖춰졌는지, 새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넉넉한 준비 기간이 주어졌는지, 궁극적으로 국민 인권 보장에 부합하는 방향인지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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