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당론으로 정하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대국민 여론전에 나섰다. 김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하고, 법안을 막을 수 없다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김 총장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권 분리 추진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민주당의 당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총장은 헌법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규정돼있는데 수사권을 뺏는다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영장청구권은 수사를 전제로 하는데 수사권이 없으면 영장도 청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헌법상 명시된 수사기관은 검사라는 것이다.
그는 "수사권이 없는데 어떻게 영장을 청구하는가. 검사에 대해 수사를 못 하는 법안이 있다면 당연히 위헌"이라며 "헌법상 수사권이 있는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아 경찰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수사권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검찰개혁을 다시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같은 대형 부패범죄를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 것은 검찰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새로운 형사사법제도 시행으로 검찰, 경찰, 공수처, 법원, 법조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개정 형사법 마련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저도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제도 안착과 보완에 힘을 쏟는다"며 "다시 형사사법체계를 전면적으로 고쳐 혼란을 일으킨다면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내세웠던 것이 무슨 의미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형참사, 부패범죄 어디서 수사했나. 민생범죄 배후나 진범을 검찰이 더 조사해서 밝히면 안 되나"라며 "어떤 법안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으나 당론만 들어보면 그 자체로 우리 형사사법체계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국민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거취와 관련해 법안이 통과된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총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서 그런 제도가 도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월요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제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그러나 법제도 도입이 된다면 사직은 열 번이라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검찰이 집단행동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자유로운 의견 표출"이라고 답했다. 김 총장은 "저나 우리 대검에서는 집단행동을 전혀 바라지 않는다. 일선 검사들이 개별적으로 자유게시판을 통해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다만 공직자니까 본연의 일을 충실히 하고, 근무기강을 흩트려서는 안된다고 매일 강조한다"고 답했다.
계속되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 중립성에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검찰수사가 공정하지 못하고, 특히 정치적 사건에서 많은 지적 받는다는 사실 잘 안다"며 "현안사건에 있어서는 수사착수, 강제수사 여부, 사건처리 등에 있어 외부인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수사심의위원회도 적극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직후 검찰 수사가 공정한지 납득이 어려운 국민도 있다'는 지적에는 "수사는 항상 피해자와 피의자가 있어 양 측면이 있다. 정치적 사건은 입장을 달리하는 것이 있다. 공정성이나 중립성 시비는 숙명 같은 것"이라면서도 "검찰이 전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반성하고 잘못된 부분은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최근 몇 가지 현안 때문에 (수사권 분리 법안이 신속히 추진된) 것 같다.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는 부분은 확고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갖고 있다. 저 말고 다른 구성원도 당연히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 검찰이 중립성을 지킬 수 있냐는 물음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바에 충실하겠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과거 국회에 출석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찬성한 것을 두고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생각하는 수사권, 기소권 분리와 제가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며 적극 반박했다. 김 총장은 "대한민국 수사 99%는 경찰이 하고 검찰 수사는 1%도 안 된다. 그래서 사실상 수사·기소 분리가 이뤄진 것"이라며 "꼭 필요한 수사는 경찰이 하는 것이 맞고, 보완 수사는 검찰에서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정식으로 현황과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모시고 2019년 1차 검찰개혁을 했다. 시행 1년 만에 또다시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검찰개혁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대통령의 검찰개혁과 전면 배치된다는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사법연수원 7기수가 낮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는 "충분히 예우,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김 총장은 "법무부 근무와 수사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잘하시지 않겠나"라며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기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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