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분리'에 검사 첫 사의…이복현 "대통령 입장 밝혀야"


"경찰은 보병, 검찰은 F-16 파일럿…특장 달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13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증권시장의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현직 부장검사가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13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증권시장의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검사는 론스타 사건과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대형사건을 수사한 경험을 밝히면서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수사관의 노력이 없었다면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건들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의 모습은 지금과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은 역할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는 경찰을 '지상전에 능한 육군, 해병대'에 검찰을 'F-16을 모는 공군'에 비유하면서 "공군 파일럿이 미덥지 못하다고 수십 년간 거액을 들여 양성한 파일럿을 다 내보내고, 지상전 전문 요원인 보병을 새로 교육시켜 나라를 지켜보자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대기업, 금융권력 등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수사기관이 승리할 가능성은 극히 저조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검사는 "국정원 사건은 경찰에서 수사가 시작돼 검찰이 여러 차례 수사지휘를 했음에도 실체적 진실 발견이 부족해 결국 검찰에 송치된 이후 수사를 통해 사건 실체가 밝혀진 사안"이라며 "경찰도 유능한 인재들로 구성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서로 특장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법관에 준하는 검사의 지위와 권한이 있었기에 위와 같은 수사가 가능했다고 믿는다"며 "경찰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분들께 이같은 법률적 보호장치가 마련됐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개혁 여론이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수사권이 분리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오랜 기간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온 원죄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역할을 한 검사들이 있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며 "다만 검수완박으로는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없다. 경찰이 정치적 수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차단 장치가 마련됐냐"고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사권 분리에 대한 입장을 묻기도 했다. 이 부장검사는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꿔놓을 만한 정책시도에 대해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sejungkim@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