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환자가 넘어진 뒤 경련 증상을 보였는데도 즉각 뇌검사를 하지않은 병원 의료진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유족이 중앙보훈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뇌혈관 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 검사를 받다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넘어졌다. 응급실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A씨는 양쪽 팔다리에 경련 증상을 보여 의료진은 항경련제를 투약했다.

병원은 사흘 뒤 뇌 CT검사 결과 외상성 뇌내출혈을 발견하고 수술했으나 A씨는 결국 숨졌다.

1,2심은 모두 병원의 손을 들어줘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의료진은 적절한 조치를 했으며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의료진이 A씨가 넘어진 뒤 증상을 살펴 위험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엑스레이 검사 전 진료 기록에는 없는 A씨의 두피 외상과 부종이 뒤늦게 실시된 CT 영상검사에서는 발견됐다. 이는 A씨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이나 기계 등에 부딪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A씨가 넘어진 뒤 4시간 후 팔다리에 경련 증상이 일어났다면 의료진은 사고로 발생한 뇌출혈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알코올 금단성 경련으로 여기고 항경련제만 투약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만일 병원 의료진이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뇌 CT 검사를 시행했다면 뇌출혈을 더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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