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못 밝힌 론스타…한덕수·추경호가 20년 만에 소환


검사, 법률대리 고문, 관료…'윤·한·추'의 공통분모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두고 20년 전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한 전 국무총리를 지명한 당시 모습./인수위사진기자단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두고 20년 전 대형 금융 사건이 소환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공통분모인 '론스타 사태'다. 당시 수사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등장인물 중 한 명이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도 진행 중이어서 사건의 내막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사'도 못 밝혔다…론스타 사태란

이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당국이 외환은행을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에 넘기며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특히 법적으로 국내 은행을 인수하려면 유수의 국제 은행이거나 다른 금융사와 합작 투자를 해야 했다. 론스타는 일본 골프장 등 산업자본을 갖고있어 규정상 인수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론스타는 은행법 예외조항 덕분에 외환은행을 거머쥐게 됐다. ‘매각 대상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사모펀드도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원활한 인수를 도우려고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론스타의 법률 대리를 김앤장이 맡았다. 또 BIS 비율 산정 등 매각 전반에 관한 절차는 그해 7월 서울 조선호텔 회의실에서 논의됐다. 소위 ‘비밀 10인회의’로 불리며 청와대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관계자 및 김앤장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고 전해졌다.

론스타는 먹튀 논란도 일으켰다.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되팔아 약 5조 원의 매각차익을 거뒀다. 그 전에 검찰은 2006년부터 BIS 조작 등을 수사했는데, 론스타는 매각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미국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중 국내 재판은 검찰의 완패로 끝났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이끈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윤석열 검사 등 특수통 수십 명을 앞세워 ‘금융당국 책임자들이 로비스트에 매수됐다’는 등 공세를 폈으나, 대법원은 2010년 ‘BIS 조정은 협상 결렬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라는 취지로 무죄를 확정했다.

법률 전문가도 아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풀어야 할 의혹이다./더팩트DB

◆김앤장의 역할과 10인 비밀회의의 내막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가 로비스트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다 이른바 ‘마늘파동’ 책임으로 2002년 7월 공직을 떠났다. 이후 그해 11월11일부터 이듬해 7월23일까지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 김앤장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률 전문가도 아닌 그가 김앤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풀어야 할 의혹이다.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 몸담은 시기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한 때와 맞물린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특히 그는 최근까지도 4년여 김앤장에 근무하며 총 18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참여정부 국무총리와 이명박 정부 주미한국대사관 대사 등 공직에서 물러난 후 다시 김앤장으로 갔다. 회전문 인사란 비판과 이해충돌 논란이 같이 따르고 있다.

한 후보자를 향한 물음은 또 있다. 론스타와의 ISDS에서 그가 2015년 정부 측 증인으로 나섰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한 후보자가 실제로 증언을 했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론스타 문제에 관여하기는 했지만, 김앤장이라는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이 나오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추 후보자도 론스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03년 재경부 은행제도 과장으로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전반을 논의했다는 ‘비밀 10인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다. 이 회의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는 한 후보자와 추 의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준비 중이다./더팩트DB

◆"국익과 직결" 인사검증 포인트는

국회는 한 후보자와 추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 후보자의 경우 참여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이후에도 김앤장과 계속 엮여 있다"며 "ISDS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어떤 말을 했는지 등도 국익과 직결한 사안으로서 매우 중요한 검증 사안"이라고 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추 후보자는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지휘 아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깊숙이 간여한 인물"이라며 "ISDS 판결이 곧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 정부가 추 후보자를 곁에 두고 론스타 문제를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론스타의 자산관리를 도운 금융투자사의 한 고위 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론스타가 이렇게 돈이 많았나 싶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한 후보자와 추 후보자가 론스타 사태에 관여했는지를 물리적으로 입증할 수가 있겠나"라면서도 "다만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로서 론스타의 비금융 자본을 진즉 알고 있었는지, 나중에 해당 자산이 드러났을 때 후속 조치가 왜 없었는지 등은 두 사람에게 꼭 물어야 할 대목"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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