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장애인 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멈추고 삭발투쟁에 나섰다. 다만 전장연을 비판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사과를 촉구하며 고강도 투쟁을 경고했다.
전장연은 30일 오전 서울 3호선 경복궁역 7-1번승강장(충무로역 방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삭발투쟁 결의식’을 열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첫 삭발에 나섰다. 그는 철제 사다리를 목에 걸고 쇠사슬로 묶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망사고 이후 20여 년 투쟁하며 겪은 고난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울먹이며 "우리가 22년 동안 외쳐온 메시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자는 절규였다"며 "당장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 중단 약속은 지키겠으나, 매일 삭발투쟁을 하면서 인수위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삭발투쟁 직후 선전전을 위해 혜화역으로 이동했다. 최근까지는 이동 중 승하차를 반복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이날은 하지 않았다. 전날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들과 만남에서 한 약속 때문이다. 단체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시 멈추고, 인수위는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등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혜화역에서는 이준석 대표를 향한 사과 요구가 이어졌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 대표는 우리의 삭발투쟁을 놓고 ‘국민의 비난 여론에 굴복하고, 자신이 승리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정중히 사과하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전장연이 2호선은 감히 못 타고,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3·4호선을 골라 시위한다’는 내용의 이 대표 발언을 겨냥해 "소설 쓰듯 편집한 내용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그의 기대에 맞춰 2호선도 탈 것이며, 그에 따른 열차 지연 책임은 이 대표에 있다"고 경고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날인 다음달 20일까지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며 매일 한 명씩 삭발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인수위와의 면담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멈출 것을 요청받아 수용하기로 했다"며 "인수위는 장애인권리예산 반영과 장애인권리민생 4대 법안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권리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 탈시설 권리 예산 807억 원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다. 또 장애인 활동지원을 위한 예산 2조9000억 원을 편성해 시설 밖 일상이 가능하도록 지원해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장애인권리민생 4대 법안은 각각 장애인 권리보장법,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장애인 평생교육법, 장애인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인권침해 시설을 제한하며 이동권과 교육 등의 기본권을 장애인도 차별 없이 보장받는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라는 게 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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