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 공론화하자 ‘국민통합’ 명분에 맞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국사범 및 사회적 갈등 과정에서 사법처리 된 이들의 명예도 회복시키는 게 협치에 맞는다는 주장이다.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남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 사면 반대 여론이 크다보니 양쪽 모두 부담을 피했다는 해석도 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을 결단한다면 5월9일 석가탄신일 특사가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로 넘어간다면 정부 출범 기념이나 현충일·광복절 특별사면도 예상된다.
사면을 단행할 경우 국민통합 일환으로 사면·복권 대상을 넓히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시국사범 등의 명예회복도 같이 추진하자는 것이다. 장진수 전 주무관, 박관천 전 경정,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주로 거론된다.
장 전 주무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근무하면서 이명박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폭로한 인물이다. 이를 계기로 검찰이 사건 재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다. 정치적 탄압으로 고초를 겪은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의 명예회복을 함께 추진할 때 국민통합 명분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전 경정의 사면·복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돼 ‘VIP 최측근(정윤회·최순실 등) 국정개입 동향’ 문건을 만든 인물이다. 국정농단 핵심인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
그는 최 씨 행태의 심각성을 박 전 대통령에 보고하기 위해 해당 문건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또 이를 박 전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에 건넸다.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그는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의 사면·복권 요구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지난 26일 시민단체 한국구명위원회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전 의원의 사면·복권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내란음모·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15년 징역 9년 확정판결을 받은 이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가석방됐다. 만기 출소일은 올해 9월이지만 자격정지 7년도 같이 선고받아 공직 출마 등은 상당 기간 제한된다.
이밖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 강정마을 주민과 사드 반대 성주 주민, 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 희망버스 집회 관계자 등 사회적 갈등 사건으로 사법처리 된 인사들의 사면·복권도 남은 과제다.
이들 중 65명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직도 남은 인원이 더 많다. 강정마을의 경우 전체 약 500명의 사법처리자 중 2명이 복권됐다. 사드 반대 주민은 4명, 송전탑 반대 주민은 1명, 희망버스 관련 사건에선 3명 사면·복권에 그쳤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이미 귀가하고 이 전 대통령 사면까지 논의하려면 장 전 주무관과 박 전 경정 등 보수 정부에서 탄압받은 인물의 명예회복도 같이 가야 한다"며 "부처님오신날 전에 사면·복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외에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노동자의 생존권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시국사범이 됐으나 다수는 아직 사면·복권되지 않았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쓰다 억울한 피해를 본 사람들의 명예도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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