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1심 판결에 "국제인권법 의의를 간과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구회근·박성윤·김유경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1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국제인권법의 요청"이라며 "1심 재판부는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한 국제인권법의 존재와 의의를 간과했다"라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당시 민성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피해자 측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소송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국내 법원이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의 재판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국가면제론'을 따른 판단이다.
석 달 전 같은 법원에서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터라 파장이 컸다. 고 배 할머니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을 맡은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 사건 행위는 일본에 의한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이자, 일본에 의해 불법 점령 중이던 한반도 내 우리 국민에 대해 자행된 행위로,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한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재판 절차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온 일본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 같은 취지의 판결은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자국인 페리니가 독일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국제 범죄에 해당하는 국가 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페리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수공장에 강제 동원돼 노역을 해야 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8월 브라질 연방 최고재판소도 독일에 대한 전쟁범죄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국가면제론을 배척했다. 이날 재판에서 대리인은 민사합의34부의 판례가 인용돼 판결 근거 중 하나로 쓰였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일본 측은 송달 절차부터 불응하는 등 소송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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