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공사 2천억 손해…"현장소장 권고사직 정당"


"공사현장서 책임 막중…실무자보다 무겁게 징계해야"

화력 발전기 누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현장소장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건 정당한 징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화력 발전기 누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현장소장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건 정당한 징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당시 이상훈 부장판사)는 해외 종합건설업 주식회사인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사는 2016년 11월~2017년 10월 모로코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에 B 씨를 현장소장을 파견했다. B 씨는 2017년 7월 추기계통과 고압 급수가열기가 결합된 상태에서 함께 수압시험을 실시했다. 이후 3대의 고압 급수가열기의 튜브에서 누수가 발견됐고, 이듬해 2월경 누수가 발생한 3대의 고압 급수가열기에 사용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A사는 고압 급수가열기 재설치와 공사 지체 비용을 물어야 했다.

2019년 8월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손실 발생 책임 등을 이유로 B 씨에 대한 권고사직 징계를 의결했다. B 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해 "비위 정도에 비해 징계가 지나치다"는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결과도 같았다.

A 사는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 판정을 뒤집고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 씨는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서 절차서가 정한 바와 달리 고압 급수가열기와 추기 계통이 연결된 상태에서 수압시험을 실시하도록 결정했다"며 "B 씨가 수압시험 과정에서 사후 보존 및 유지관리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걸 알지 못했지만, 말단 실무자가 아닌 현장소장 지위에 있는 B 씨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수압시험을 결정한 건 그 자체로 참가인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B 씨의 비위행위로 A 사는 약 2000억 원을 초과하는 막대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고 이것이 하나의 원인이 돼 회사 매각이 무산되기도 했다"며 "참가인이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변상했다거나 손해 경감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누수 사태와 관련해 B 씨와 동일한 직급(부장)의 실무 담당자(시공담당·배관팀장 등)들은 정직 2개월 또는 인사 대기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직급과 상관없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서의 막중한 권한과 책임에 비춰, B 씨가 실무 담당자들보다 무거운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징계의 형평성을 잃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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