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수십 명의 여성과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골프리조트 회장 아들 측이 피해자 동의 아래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창모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와 그의 비서 B 씨의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공소사실상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들이 촬영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도 제출했다.
증거물인 외장하드에 대해서도 "소유자인 A 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위법 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외장하드가 들어 있던 컴퓨터 역시 A 씨의 의사만 확인하고 변호인의 의견은 묻지 않은 채 절취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3개월가량 남은 피고인들의 구속 기간 안에 재판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A 씨는 경기도의 한 대형 골프 리조트와 기독교계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 회장의 아들로 리조트 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그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37회에 걸쳐 피해자와의 성관계 장면과 나체 등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가 촬영한 영상은 수백 개로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순으로 파일을 정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서 B 씨는 A 씨의 범행을 돕고, 3명의 여성을 몰래 촬영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국적의 A 씨는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법원은 같은 달 11일 A·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 등의 첫 공판은 1월 열렸으나, 피고인 측이 '사건 기록 열람·등사가 전날에야 이뤄져 검토를 마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아 공전됐다.
다음 재판은 30일 오전 10시 2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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