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심은석 판사는 옳았나…처벌과 교화 사이


촉법소년 연령 논쟁 첨예…"응보보다 교화" 한 목소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으로 촉법소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진은 주인공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채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만으로 열네 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OTT)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속 한 소년범이 첫 재판에서 담당 판사에게 하는 말이다. 이 소년범의 말대로 한국 법원은 만 14세 미만의 소년범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질 능력이 없다'라고 보고, 소년보호재판을 거쳐 보호처분을 내린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만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소년범을 '촉법소년'이라 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촉법소년 범죄에 분노하고 뒤이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는 일이 잦았다. 소년범은 처벌 대상이면서도 어른의 보호와 교육이 필요한 아동이라는 입체성을 지닌 범죄자다. UN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 사회는 소년범을 처벌보다 교화의 대상으로 본다. 1958년 제정된 한국의 소년법 역시 이 같은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처벌보다 교화' '14세 미만 처벌 면제'는 어디서 왔나

지금의 소년법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가 공포한 '조선소년령'과 비교되는 법령이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에서 발행한 논문 '전시체제기 소년사법 보호정책의 성격과 식민지 특성'에 따르면, 조선소년령은 일본의 소년법을 모법으로 삼았다. 소년범에 대한 사형·무기징역 선고를 금지하는 등 소년범의 '올바른 국민으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근대적 법령이었으나 식민 지배를 위한 계략으로도 쓰였다. 해방 뒤 한국은 식민지배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조선소년령을 폐지하되 소년범을 교화 대상으로 본 기조는 그대로 담아 지금의 소년법을 만들었다. 소년법을 일본에서 따왔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정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소년범을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는 '촉법소년' 제도는 국제 기준에 따른 것이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본 우리나라의 소년사법 제도'에 따르면 UN 아동권리협약의 소년범에 대한 이념은 "장래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서의 건설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완전한 복귀를 위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 성인 범죄자에 비해 특별한 보호와 배려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에 따라 협약은 일정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아동은 형사책임에서 면제하도록 요구한다. 최저 연령을 설정하지 않으면 개별 사안마다 법관이 아동에게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심리해 판결을 내리게 돼 자의성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우려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최저 연령이 적어도 12세는 돼야 한다며 가급적 12세보다 높게 책정하도록 권장한다.

◆소년범죄 줄고 촉법소년 증가… 한국 소년범 대책의 오늘은

소년법은 60여 년 전 제정됐고, 촉법소년 제도는 국제 기준에 근간을 둔다. 이 같은 법 체계는 오늘날 국내 현실에 부합할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 14~19세 소년사범 범죄는 하락 추세인 반면, 촉법소년 처리건수는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강도, 강간·추행범은 물론 촉법소년의 살인 사건도 최근 3년 동안 매년 발생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하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여론이 불거진 이유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사안이다. 그러나 소년범을 처벌보다 교화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은 같았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엄벌에 처해 '앙갚음'을 해야 한다는 응보적 정서에서 출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검토할 시기라고 본다. 승 연구위원은 "전체 소년범죄는 줄어들었지만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건수는 증가하고 있고 보호처분만으로 개선·교화가 어려운 범죄도 꾸준히 존재한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해야 할 통계적 근거"라며 "현대 형사처벌의 목적은 응보가 아닌 진심 어린 반성과 후회를 통한 개선·교화다. 죄질에 맞는 처우 없이는 개선·교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흉악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 당사자를 위해서라도 보호처분 강도를 강화하든지, 연령 기준 하향을 통해 형사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소년범 처벌보다 적절한 교육과 사회적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소년범이 범죄를 저지른 주요한 원인은 호기심과 우발, 생계비 마련이었다. 곽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처벌해야 한다는 방안은 범행 원인이 되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 소년범죄를 근본적으로 줄여 가는 해결책이라기보다, 수고를 들이지 않고 소년범을 손쉽게 처리하는 방법에 더 가깝다"며 "소년범죄는 사회적 환경에 기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의 성장과 교육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 형법학회에서 40여 년째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논의하면서도 만 14세를 유지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라고 짚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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