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확진자 관리 '완패'…외출시간부터 다 바꿔


비밀·직접투표 '원칙 훼손' 비판…"예측·대비 못해 송구"

20대 대통령선거의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에서는 당국의 안일한 대처 속에 대혼란이 빚어졌다.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9일 대통령선거일 당일에 투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외출이 오후 5시50분부터 허용된다. 지난 사전투표일 당시 혼란으로 투표방법을 비롯한 운영 전반이 크게 바뀐다.

질병관리청은 7일 애초 오후 5시30분으로 예정했던 확진·격리자의 외출 허용시간을 20분 늦춰 오후 5시30분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단 농촌·산촌·어촌의 교통약자들은 기존대로 5시30분부터 외출할 수 있다.

질병청은 일반 선거인과 확진자 동선분리 및 격리자 등 대기시간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 혼란을 빚은 5일 사전투표 때는 오후 5시부터 외출이 허용됐다.

투표 시간은 오후 6시~7시30분이다. 이날은 임시기표소가 아닌 일반 유권자들이 이용하는 투표소를 이용한다. 투표함도 일반 유권자가 쓴 것을 그대로 이용한다.

투표에 참여할 확진·격리자는 KF94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이동수단은 도보나 자신의 차량, 방역택시 등이 권장된다. 투표사무원 외의 다른 사람과 접촉, 대화를 자제하며 투표를 마치면 곧바로 격리장소로 복귀해야 한다.

관할 보건소는 선거날 낮 12시, 오후 4시 두차례 확진·격리자에게 외출 안내 문자를 보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중앙선관위는 대선 투표 당일 확진자와 격리자 등은 오후 6시~7시30분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모두 퇴장한 뒤 해당 투표소에서 일반 유권자와 같은 방법으로 투표하도록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5일 사전투표 때는 투표 공간을 분리했지만 투표함은 하나로 운영하면서 비밀투표·직접투표 등 선거의 근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표사무원이 대신 투표용지를 출력해 전달하고, 확진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도 대신 투표함에 넣는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전국 곳곳 사전투표 현장에서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택배상자, 쇼핑백, 비닐봉지 등에 허술하게 보관했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또 일부 시민은 기표한 투표용지를 봉투에 넣으려 했더니 안에 다른 사람이 이미 투표를 마친 용지가 들어있기도 했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한 긴급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확진자·격리자의 투표 수요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을 정도로 안일한 대처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투표 전 1주 간 확진자만 120만 명이 넘어 이전 선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확진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표사무원이 대신 투표용지를 전달하고 투표함에 넣는 등 확진자의 투표 과정을 카드뉴스 형태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외에는 다양한 창구를 통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한 예로 확진자의 사전투표 전날인 4일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에 "확진자·격리자 중 투표소를 찾는 인원이 얼마나 될 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투표날 상황을 봐야 될 것 같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확진자 등 선거인의 사전투표관리와 관련해 사전투표 규모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고 임시기표소 투표에 대한 정보제공 등도 미흡했다"며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hone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