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삼부토건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진 '파주 운정지구 택지 불법불하 사건' 당시 삼부토건이 공동시행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시행사 대표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윤석열 후보 측은 지금까지 "삼부토건은 시공업체로서 범죄에 가담하지 않아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었다.
7일 <더팩트>가 확인한 ‘SM종합건설’과 ‘미래가’의 옛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이 기업들과 운정지구의 공동시행사로 명시됐다. SM종합건설은 당시 대표이사였던 장모 씨가 이 사건에서 사기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미래가는 삼부토건 임원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역시 수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M종합건설의 2005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중요 시행사업’에 삼부토건이 등장한다. 보고서는 "당사는 파주 운정1택지개발지구에 삼부토건, 미래가 3사와 공동시행사업(1블록)을 하고 있다"며 "각사별 지분은 당사가 40%, 삼부토건 40% 및 미래가 20%"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공동시행 사업을 한 부지에는 파주시 목동동도 포함됐다. SM종합건설이 매입 날짜를 조작하다 발각된 지역 중 한 곳이다. 삼부토건이 시공까지 한 삼부르네상스 아파트가 위치한 땅이기도 하다. 단지의 토지 등기부등본에는 SM종합건설 지분율 44.84%, 삼부토건 지분율 36.77%, 미래가 지분율 18.39%로 나온다. 각 회사가 실제 약 40%, 40%, 20%씩 보유한 셈이지만, 미래가가 SPC인 점을 고려하면 삼부토건의 실질 지분율은 55.16%로 절반 이상이다.
미래가의 2011년 감사보고서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 내용과 차입금에 관한 설명에서 "삼부토건 및 SM종합건설과 공동으로 교하신도시(운정지구의 변경된 명칭) 공동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였다"며 "교하신도시 시공사이자 공동시행사인 삼부토건에 지급해야 할 공사 대금 등이 있다"고 밝혔다.
삼부토건의 2005년 감사보고서에는 SM종합건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기록이 나온다. 그해 삼부토건은 전국에서 시행·시공 사업을 함께 하는 8개 기업의 토지대 및 운영비 대출 보증을 서줬다. 운정지구 동업자인 SM종합건설에는 대출금 880억 원의 약 355%인 3120억 원 지급보증에 나섰다. 또 약 220억 원을 SM종합건설로부터 무이자로 끌어쓰기도 했다. 그 외 7개 기업과는 대출금의 꼭 130%씩 보증해주며 차입금 거래도 없던 때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의 보증금이 대출금의 130% 정도고 사업성이 불확실한 경우 동업자로서 리스크 분담 일환으로 그 이상의 비율을 설정한다"며 "무이자 차입은 계열사 간에 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구체적인 배경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선대위 측은 "공동시행사로 등재하더라도 실제 시행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공동시행사로 삼부토건이 시행사 경영에 참여하며 직접 지주작업에 관여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행사 대표와 토지계약 상대방 등 관련자들을 충분히 조사했으며, 삼부토건은 범죄에 가담한 정황과 증거가 전혀 없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운정지구 봐주기 수사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조시연 전 삼부토건 부사장이 올해 1월 지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거세졌다. 파일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조시연 : 윤총(윤석열 검찰총장)한테 3번 걸렸거든. 첫 번째 고양(지청)이 바로 2003(실제 2005년).
지인 : 그때 고양에 있었어? 윤총이?
조시연 : 응, 세 번째에서 걸린 거야. '그 이상 도저히 안 된다. 이걸 봐줄 수는 없다' 이렇게 했는데 거기서 영감(조남욱 전 회장으로 추정)이 봐달라고 난리 친거야.
삼부토건이 당시 운정지구 택지 불법불하 사건 수사를 받지 않은 배경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 녹취록이 알려졌을 당시 윤 후보 측은 "분쟁 때문에 의심하며 나눈 대화이므로 그 내용은 허위·과장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며 "녹음 시기는 작년 11월부터 최근 2월인데 16년 전인 2005년 수사에 대한 모호한 언급만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더팩트>는 조 전 부사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운정지구 택지 불법불하 사건은 SM종합건설 대표 장모 씨 등 8곳 시행사 관계자들이 싼값에 땅을 사려고 파주시 교하읍 목동리(현 목동동) 등의 부지 약 3만2000평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처벌받은 일이다. 2006년 1월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5명이 구속기소, 12명이 불구속기소됐다. 장 씨는 2007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윤 후보가 검사 시절 대표적 수사 성과로 내세우는 사건이다. 그는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의정부지검에서 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다"며 "땅과 돈의 흐름을 쫓아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정지구 사건에서 삼부토건은 SM종합건설과 공동시행사였는데도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SM종합건설의 사업자금은 삼부토건에서 빌린 돈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불법 행위에 쓰인 돈의 흐름을 쫓지 않았다. <더팩트>가 확보한 삼부토건 법무팀 문건에 따르면 2013년 서울중앙지검의 삼부토건 배임 및 횡령 등 수사에서 개발사업부 부장 이 모 씨는 "2003년 9월 9일부터 약 1년 동안 총 129억 원, 2004년 8월부터 약 1년 동안 83억 원을 운정지구 토지매입 자금 명목으로 SM종합건설에 대여했다"고 진술했다.
공교롭게도 수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2006년 10월 윤 후보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일정표에 등장한다. 수첩에는 ‘뉴서울(황하영 사장·윤검사)’이라고 적혔다. 황하영 사장은 윤 후보의 오랜 측근으로 강원도 동해시 소재 건설기업 동부전기산업의 대표다. 그의 아들은 현재 윤 후보 수행비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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