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의혹' 이재용 불송치


"국제공조수사 요청했지만 자료 확보 못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3일 <더팩트>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1일 조세포탈과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및 가장 등 혐의로 고발된 이 부회장과 성명 불상의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다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각하) 처분했다.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지난해 10월7일 이 부회장이 2008년 역외서비스 업체 '트라이덴트 트러스트'를 통해 스위스 은행 UBS에 계좌를 만들 목적으로 조세 회피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배처리 파이낸스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라이덴트 트러스트' 내부문서에 따르면 해당 회사는 5만 달러 자본금으로 설립돼 액면가 1달러에 해당하는 주식 5만주를 발행했는데, 이 부회장이 모든 지분을 소유한 단일 주주라는 주장이다.

청년정의당은 지난해 10월15일 이 부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청년정의당은 "이재용이라는 이름의 동명이인이라고 오해할 여지도 있으나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첨부된 주식증서에 이름뿐만 아니라 자택 주소도 명확히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 목적이 없다면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 이재용이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한 시기도 삼성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이슈가 되던 2008년"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했다. 이후 검찰은 포탈 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되지만, 조세포탈 여부나 구체적인 액수가 드러나지 않아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배처리 파이낸스 명의 계좌 정보 등을 회신받기 위해 국세청, 영국·스위스 국제공조수사 요청 등을 진행했으나 제공 불가 등의 이유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공문 요청으로 시도했으나 확보하지 못했다"라며 "자료를 확보하려면 영장에 준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범죄사실이 특정이 안 돼 진행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고발인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경찰이 수사를 미비하게 해 자료수집에 실패한 것을 '증거불충분'이라 한 것"이라며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증거가 보도된 바 있어 조세포탈 목적 설립 개연성이 극히 높다"라고 밝혔다. 청년정의당은 이날 처분에 불복해 이의신청서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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